여름 어느날 밤 두개의 모임에 다녀왔다. 그 중 하나는 청도의 어느 연못가 잔디 마당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와인(석양주)를 마시고 가곡을 부르는 몇쌍의 부부 모임이었고, 또 하나는 봉산 문화거리의 '문화공간 G'가 개관 2주년을 축하하며 개최한 작은 음악회였다.
40명쯤 들어가면 꽉 찰만한 화랑 전시실에는 이탈리아에서 공부한 미술가의 작품들이 벽을 따라 전시되어 있었는데, 피아니스트와 성악가들의 얼굴을 바로 마주 보는 작은 공간에서 관객들은 상기된 얼굴로 행복감에 젖어 있었고, 노래가 끝날때마다 마치 자기가 부른양 환호와 박수를 보내곤 했다.
어린아이들 처럼 즐거워하는 관객들은 클래식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고 예술을 지극히 사랑하는 의사와 교수·사업가·미술가·음악가·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인데 가끔 객석에 있던 관객이 성악가들과 함께 노래도 부르고 떠들면서 대화도 하는 그런 분위기였다.
르네상스가 그리스 로마 문화 예술의 재생을 통해 사람의 가치와 행복을 되찾아 주기 위한 예술가들의 노력이었는데, 그날 본 파티에서 나는 마치 신라사람들이 되살아나서 노래하고 춤추며 노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고는 했다.
대구에는 여러개의 가곡 모임과 클래식 감상 모임 그리고 전문가 못지 않은 비평가적 안목을 가진 악우회 등 많은 음악 모임이 있다. 그들 모임은 향가에서 느끼는 천의무봉(바느질 자리가 없는 신선의 옷)한 신라의 풍류와 노래처럼 예술을 통해 행복이라는 삶의 꿈을 이루는 지혜를 가진 내 이웃과 친구들이다.
저녁 노을과 산들을 무대로 만들어버리고 연못과 꽃과 나무 돌 들을 소도구 삼아 친구와 지인들을 무대로 불러내어 함께 노래하며 음악과 예술을 즐길 줄 아는 낭만파들이 대구에도 더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욕심이다. 생활 속에 문화예술이 있는 도시, 그런 대구야말로 우리가 그리는 더 아름다운 도시, 꿈의 도시일 것이다.
박명기(대구문화예술회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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