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후 10년, 대구 건설업의 현주소는(?).
1990년대 대구 경제는 건설업이 먹여 살린다고 했다. 호황을 누리던 섬유가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의 저가 공세로 퇴조하고 건설업이 대구·경북의 성장 산업으로 자리 잡은 것. 1980년대 말부터 시작된 주택 200만 호 건설과 부동산 호황에 힘입어 대구에 본사를 둔 건설업체들은 수도권 입성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지방 건설업의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IMF를 기점으로 지역 건설업은 연쇄 부도에 휩싸이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10년이 지난 '대구 건설업'의 위상을 살펴본다.
◆반도막 난 지역 건설업
지역 건설사의 성적표를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것은 건설협회에서 매년 집계하는 시공능력 평가.
건설협회 관계자는 "시공능력 평가는 공사실적과 경영평가액, 신인도 평가를 합친 것으로 각 업체의 규모를 가장 쉽게 나타낼 수 있는 자료"라며 "대구 업체들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위상이 크게 떨어진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해 대구에 본사를 둔 업체 중 전국 시공능력 평가 100위 안에 든 업체는 화성산업과 태왕, 씨앤우방 등 3개 업체에 불과하다. 200위 내에 든 업체를 따져봐도 영남건설(124위)과 서한(131위) 등 2개만 추가될 뿐이다.
심각한 것은 시공능력 평가에서 50위 내 업체는 한 곳도 없다는 점. 지역 1위인 화성이 52위를 차지했고 태왕과 씨앤우방은 각각 83위와 84위에 머물렀다.
시간을 10년 전으로 돌려보자.
1997년 발표된 시공능력 평가에서 200위 내에 든 업체는 12개, 100위 내 업체는 5개에 이른다. 특히 전국 건설업계에서 '대구 트로이카'로 불리던 청구(21), 우방(32), 보성(43) 등은 모두 50위 내에 포진했으며 화성(72위)과 서한(100위)이 뒤를 이었다.
경북 지역에서는 인천 본사 이전설로 시끄러운 포스코 건설(포항)이 전국 7위로 대구·경북을 포함해 체면치레를 하고 있다.
대구 건설업의 위상은 전국뿐 아니라 안방에서조차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해 대구에서 발주된 아파트를 포함한 민간 부문 공사 발주액은 4조 2천300억 원. 이중 대구 업체가 수주한 금액은 15% 수준에 머물고 있다. 나머지 물량은 역외 업체들이 차지한 셈이다. 특히 96조 원대에 이르는 지난해 전국 전체(대구 발주 제외) 건설 발주 공사 중 지역 업체가 수주한 물량은 1%에 못 미치는 6천억 원에 불과하다.
◆대구 업체 대신한 전남·광주
대구 건설사들은 '잃어버린 10년'을 겪었지만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중 전남·광주 지역에 본사를 둔 업체들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시공능력 평가로 볼 때 100위 내에 진입한 전남, 광주 업체는 7곳, 200위 내 업체는 24곳에 이른다.
대구는 물론 부산, 경남, 울산을 합쳐 100위 내에 든 업체가 8곳인 것과 비교하면 '전남·광주' 지역 건설업의 '고도 성장'을 엿볼 수 있다.
이 지역 건설업의 규모를 따져보면 금호산업이 전국 10위, 금광기업이 36위로 50위권 내에 두 개 업체가 들어가 있으며 보성건설(56위)과 우미건설(60위), 대주건설(61위), 삼능건설(81위), 호반건설(86위) 등이 100위 내에 진입해 있다.
이중 10년 전 시공능력 평가에서 100위 내에 있던 업체는 금호(14위)와 금광기업(63위) 등 2개 회사에 불과했다.
지역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지난 10년간 대구 건설사들은 법정관리와 부도 등으로 기업 목숨을 유지하는 회생에만 매달려 왔지만 광주·전남 업체들은 지역에서 발주된 대형 관급 공사 수주 등으로 자금력을 확보한 뒤 최근 몇 년간 전국 건설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또다시 맞은 위기, 그러나 기회는 있다.
IMF 이후 줄도산을 했던 지역 건설업체들은 지난 2005년 우방의 법정관리 졸업을 시작으로 다시 회생의 길을 걷고 있다. 청구와 영남, 동서 등이 정상 경영에 들어갔으며 화성산업과 SD(구 대백건설)건설, 서한 등 일찍 위기를 극복한 건설사들도 아파트 분양과 관급 공사 수주에 나서며 꾸준히 회사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과 역외 업체들의 지역 아파트 시장 적극 공략 등으로 공급 과잉 현상이 오면서 지역 건설업은 새로운 위기(?)에 직면한 상태.
화성산업 도훈찬 주택사업본부장은 "주택 경기가 호황이던 몇 년간은 대형 역외업체들이 앞다퉈 지역 시장에 진입하면서 힘겨운 싸움을 해왔는데 이제는 공급 과잉과 정부의 규제책이 맞물리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러나 역외업체들이 대구 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고 대형 사업을 앞두고 있어 지역업체로서는 또 다른 기회가 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서 혁신도시 건설과 고속철 통과 구간 정비 및 대구테크노폴리스 사업 등 1조 원대가 넘는 굵직한 국책 사업들이 시작되고 있는데다 특히 2011년 세계 육상대회를 앞두고 대형 사업 발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협회 대구시회 관계자들은 "대구 건설업체들이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업체들의 경쟁력 확보도 있어야 하지만 2009년부터 시작되는 도심정비 사업에 대한 지역 건설업체 인센티브 적용과 대형 국책 사업 분리 발주 등 시와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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