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공공장소 난입해 쇠똥 시위 벌이다니

예부터 먹을거리에 대한 훼손은 지극한 금기였다. 밥 한 톨이라도 버리거나 흘릴 경우 부모로부터 호된 야단을 맞아야 했고 보통의 밥투정조차 용납되지 않았다. 이는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탓만은 아니었다. 먹을거리는 하늘이 준 은혜라는 의식이 잠재해있었기 때문이다. 먹을 것에 침을 뱉는 행위는 상대방에 대한 최고의 모독이자 자기 부정이기도 했다.

미국산 쇠고기 매장에 쳐들어가서 쇠똥을 뿌리는 등의 난동을 부린 사람들이 있었다. 노인의 말을 빌리자면 천벌을 받을 짓이다. 표현과 감정의 차이는 다소 있을지라도 대다수 국민이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자신 소유의 먹을거리를 훼손하는 것조차 지탄받을 터에 남의 먹을거리, 다중이 구입해서 먹을 공동의 먹을거리에 쇠똥을 퍼붓는 행위를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는가.

공공 장소, 공공매장에서 벌인 난동은 무슨 배짱과 권한인가. 일반 시민의 상거래현장, 매대에 오른 쇠고기에까지 무뢰배 행태가 공공연히 빚어진다는 것은 법치의 실종이다. 정치투쟁이라면 무엇이든 이해되고 용인돼야 하는가.

정치'이익 집단의 무법천지식 난동의 자리를 깔아주기 위해 민주화를 갈구한 사회가 아니다. FTA에 대한 찬반 논란과 캠페인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FTA를 빙자한 폭력 난동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무사안일한 치안 담당자들도 반성이 있어야 한다. 잘 놀고 먹으라고 국민들이 세금 내는 게 아니다. 난동의 관련자들을 엄중하게 처벌해야할 뿐 아니라, 안일한 대응을 한 해당 지역의 치안 책임자를 단호하게 문책해야 한다.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참담하게 하는 행태를 더 이상 용인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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