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공공디자인

며칠 전 서울시가 '행정 현수막이 없는 서울'을 선언했다. 내년부터는 경찰서·세무서와 같은 정부산하 단체까지 확대한다고 한다. 그동안 물리적 기능만 강조되고 시각적 환경의 디자인 개념이 부족했던 도로안내 표지판이나 도시 환경적 시설물 및 사인 등 공공디자인 사업의 본격적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이를 위해 49개 디자인 수준향상 과제를 확정하고 한국디자인진흥원과 대구 등 3개 지역디자인센터를 중심으로 이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 한다.

인간이 공동체 속에 살고 있을 때에는 다만 자연과 관습에 따라 살아가기만 하면 기초생활에 별다른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초도시화가 진행되고, 기능이 한층 분화된 다세포(多細胞) 사회가 형성되면서 개인적인 생활의 장(場)과 병행하여 공공장소에서의 여러 시설물이나 시스템을 보다 합리적으로 계획해야만 했다.

여기에서 공공디자인의 개념이 생긴 것이다. 앞으로의 공공디자인은 선진국에 있는 거대한 빌딩의 경우처럼 초가구(超街區)·초고층(超高層)·부지 내의 공공공지(公共空地) 등 서유럽형 재개발의 전형적 모티프가 채용될 분위기이다.

세계의 유서 깊은 도시를 가보더라도 공공디자인은 한 도시의 미적 환경을 넘어 국가의 선진화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운을 뗀 김에, 공공디자인 영역은 무질서한 건물이나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자극적이고 조잡한 간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범위를 더 넓혀 주민등록증이나 여권도 공공디자인의 영역에 포함할 수 있겠고, 또 외국처럼 형형색색의 그림과 이름이 들어간 자동차 번호판 제작을 우리라고 못할 것도 없는 것이다. 우리가 가깝게 마주치는 공원, 가로등, 우체통, 도로벤치나 쓰레기통 등을 멋스럽게 만들면 심리적 안정은 물론 사람 중심, 생활자 중심의 아름다운 도시 공공디자인 혜택의 수혜자가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공공디자인은 다양한 매체들에 의해 해외성공사례들을 소개하는 수준에 국한되었지만 앞으로는 공공디자인에 대하여 디자이너는 물론 예술가와 주민, 건축가, 도시계획가, 주관처 공무원의 자발적인 참여와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로 실질적인 사업들이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공공디자인은 어느 한 계층만을 위한 디자인이 아닌 국가·사회 구성원 모두가 수혜자란 인식을 확산시키고 나아가 의식을 전환할 수 있는 앞선 교육과 적극적인 홍보도 놓칠 수 없다.

박병철(대구대 조형예술대학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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