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e세상] 상상속 차세대 게임기 속속 출시

소니-닌텐도-MS 게임기 '삼국대전' 점화

1985년 일본의 게임업체 닌텐도는 게임 역사를 바꿔놓은 기기를 내놓는다. 가정용 게임기 '패미콤'이 그것이다. 패미콤은 지금 기준으로 볼 때는 조잡한 수준의 화면과 단조로운 전자음을 내는 데 불과했지만 어린이들은 이 기기로 '슈퍼마리오' 같은 게임에 빠져들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혁신적인 기능의 게임기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게임기 삼국지

세계 비디오게임계에는 3대 축이 있다. 비디오게임기 시장의 패주인 소니, 전통의 강호 닌텐도, 컴퓨터 운영체제 시장에 만족 못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 이들 3사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차세대 게임기를 내놓고 비디오 게임시장 맹주 다툼을 벌이고 있다.

선수는 MS가 쳤다. 2001년 11월 '엑스박스(Xbox)'를 내놓으며 가정용 게임기 시장에 뛰어든 이 회사는 2005년 5월 후속기기인 '엑스박스360(Xbox360)'을 선보이며 포문을 열었다.

'플레이스테이션2(PS2)'로 비디오게임계를 평정했던 소니도 '플레이스테이션3(PS3)'를 2006년 11월 출시했다. PS3는 차세대 영상기술의 한 축으로 꼽히는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달고 있어 오디오·비디오 마니아들의 '지름신' 강림을 부추기고 있다. 국내에도 지난달 출시돼 엑스박스360과 경쟁체제에 돌입했다.

닌텐도의 전략 병기는 '위'(Wii)다. 앙증맞고 작은 이 게임기는 엑스박스360과 PS3에 많이 뒤지는 성능에도 불구하고 기발한 컨트롤러(조종장치)와 게임성을 무기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3월 MBC TV 프로그램 '경제야 놀자'에서 조형기와 김용만이 가수 이승환의 집에서 즐겨 화제를 모았던 게임기가 바로 Wii다. Wii는 올해 하반기 국내에 출시될 예정이다.

◆게임기, 멀티미디어 중심기기를 꿈꾼다

엑스박스360과 PS3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기로서 거실을 장악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엑스박스360과 PS3는 HD(고화질) 화면을 지원한다. 최대 200만 화소급의 화면을 초당 30 또는 60장면씩 뿌려준다. 이들 게임용 타이틀 최신작 중에는 언뜻 보기에 실사에 육박할 정도의 화면을 보여주는 것도 있다.

엑스박스360·PS3로는 지구 반대편 사용자들과 온라인상에서 대전 또는 협동게임을 즐길 수 있다. 셋톱박스 역할도 수행해 낸다. 앞으로 몇 년 후면 가정의 TV시청 환경을 완전히 바꿔놓을 IPTV(인터넷에 연결된 TV)의 셋톱박스로 Xbox360·PS3를 활용한다는 업무 제휴가 활발하다.

PS3와 엑스박스360에는 차세대 영상매체인 블루레이와 HD-DVD가 각각 탑재돼 있다. 게임기를 구매함으로써, 차세대 영상매체 재생기기를 덤으로 장만할 수 있는 셈이다.

비디오 게임기는 어린애나 하는 장난감이라고 생각한다면 낡은 세대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 대구의 한 게임타이틀 판매업자는 "엑스박스360·PS3 게임타이틀을 사는 고객 중에는 30대가 적지 않고 40대도 더러 있다."고 전했다.

◆차세대 게임기 삼국전쟁, 승자는?

엑스박스360이 한 대 팔릴 때마다 MS는 80달러, PS3가 한 대 팔릴 때마다 소니는 150달러 손해를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MS와 소니가 출혈 경쟁을 감수하는 것은 시장을 장악하고 난 뒤 게임타이틀 판매에서 수익을 남기겠다는 전략 때문이다.

시장을 선점하려고 앞당겨 출시하다 보니 엑스박스360의 경우 기기적 결함이 문제가 되고 있다. 소음·발열·고장 등 엑스박스360의 기기적 결함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빗발치자 MS는 무상 AS기간을 3년으로 늘리고 문제 해결을 위해 1조 원을 투자하겠으며, 결함을 해결한 신공정 제품을 출시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PS3의 경우 시장을 선점당한데다 컨트롤러 진동 기능을 지원하지 않고 아직 전용 타이틀이 부족해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Wii는 사용자의 동작을 인식하는 컨트롤러 등 게임하는 재미가 경쟁기종보다 뛰어난 반면 화질이 크게 뒤진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판매량에서 보면 엑스박스360이 전 세계적으로 1천300만 대로 가장 많이 팔렸다. 한국에서 엑스박스360은 10만 대 정도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Wii는 전 세계적으로 580만 대, PS3는 360만 대가 팔렸다. 그러나 이 같은 판매 실적은 향후 발매되는 게임타이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세 기종 중 어느 것이 승자가 될지 확인하는 데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김해용기자 kimhy@msnet.co.kr

♠ 비디오 게임 vs PC 게임…어느 것이 더 뛰어날까?

게임기로서 비디오 게임기와 PC는 어느 기종이 뛰어날까.

현재 최고 사양의 부품을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PC가 게임기보다 성능이 뛰어나다. PC와 엑스박스360(Xbox360)·플레이스테이션3(PS3)용으로 동시에 출시된 게임을 돌려보면 최고 사양의 PC가 구현하는 그래픽이 더 뛰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게임기를 뛰어넘는 그래픽을 PC로 즐기려면 만만찮은 비용이 든다. 최고 사양의 PC용 그래픽카드 값은 웬만한 차세대 게임기 값(30만~50만 원 선)을 훌쩍 뛰어넘는다.

엑스박스360과 PS3는 사용자가 설정에 별 신경을 쓰지 않더라도 훌륭한 그래픽과 음향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임기는 현존 최고의 PC보다 다소 떨어지지만 고화질(HD)TV 수준의 화면을 보여준다. 이 같은 이유로 차세대 비디오 게임기를 사고 난 뒤 PC 업그레이드 유혹에서 벗어났다고 말하는 이들이 적잖다.

세계적으로 볼 때 비디오 게임의 시장 비중은 PC게임보다 훨씬 크다.

반면 한국에서는 온라인 PC게임의 비중이 비디오 게임을 압도하고 있다. 이는 초고속 통신망 보급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관계지향적인 한국인들의 국민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같은 PC용 게임이라도 게임용 CD 타이틀로 즐기는 패키지 시장은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김해용기자

♠ 키워드

- 게임기의 종류

사용하는 기기의 종류에 따라 게임도 여러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개인용 컴퓨터(PC)에서 CD나 하드디스크 등의 저장장치에 수록된 게임 소프트웨어를 작동해 즐기는 게임은 PC게임이다. 비디오게임은 전용 게임기를 텔레비전이나 모니터에 연결시켜 작동하는 게임을 말한다. 다른 말로는 콘솔 게임(console game)이라고도 부른다. 오락실이라고 불리는 게임장에서 볼 수 있는 게임기는 아케이드 게임기다.

- 블루레이·HD-DVD

HD(고화질)TV 시대를 주도할 두 종류의 차세대 영상매체를 말한다. 블루레이와 HD-DVD는 CD와 동일한 크기의 광 저장장치를 사용하지만 기록밀도가 월등히 높아 DVD보다 5배 이상 선명한 화질을 구현한다.

블루레이의 개발은 소니가 주도하고 있으며 삼성·LG·파나소닉·애플 등이 여기에 원군으로 있다. 경쟁기종인 HD-DVD는 도시바 주도 아래 산요·인텔·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지원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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