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녀 똑똑하게 키우는 학부모 교실' 지상중계

보편성 없는 창조와 개성은 '논술의 적'

▲ 12일 열린 학부모 교실에 참가한 학부모들이 이상태 교수의 논술 강연을 듣고 있다. 학부모교실은 논술, 자녀 지도법, 영어교육 등을 주제로 9월 말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12일 열린 학부모 교실에 참가한 학부모들이 이상태 교수의 논술 강연을 듣고 있다. 학부모교실은 논술, 자녀 지도법, 영어교육 등을 주제로 9월 말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매일신문사와 경북대 사범대가 지난 12일부터 릴레이로 마련하고 있는 '자녀를 똑똑하게 키우는 학부모 교실'의 특강 내용을 요약해 싣습니다. 19일 오후 4시에는 경북대 우당교육관 101호에서 황석근 수학교육과 교수가 '자연계 논술과 수학·과학 공부 방법'에 대해 강의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필요한 만큼 논술을 하면서 살아간다. 아기들이 '이 자두는 너무 시니까 싫단 말이야.'라고 말 할 때 이미 아기는 논술문을 말했다.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의 지식들(외국어나 예체능 제외)도 논술의 결과들을 정리한 것들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는 대학 시험 과목으로 논술고사를 친다고 하니 모두들 논술 교육에 정신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먼저 논술의 적(賊)들에 대해 몇 가지만 예를 들어 보고자 한다. 논술의 가장 큰 적은 거짓말과 부정확한 말이다. 대상세계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않은 말을 거짓말이라고 한다. 논술은 우선은 특정 세계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거짓말은 대상을 바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논술의 출발점부터 어긋난다. 부정확한 말도 대상을 바르고 깊이 들여다보지 않은 결과로 생기기 때문에 논술의 바탕이 될 수 없다. '새려가 오늘 아침 5시 반에 황금초등학교에 가서 운동장을 한 시간 뛰었다.'는 일을 '존재가 행위했다.'라고 표현하면 부정확하다.

말 표현과 의미(대상세계)가 서로 소통하지 않으면 논술에 방해가 되고 이런 사람의 논술은 믿기기 어렵다. '종의 기원'을 명사로만 아는 것보다 이 말을 들으면 '아, 새 종이 어떻게 해서 생기는구나.' 정도로 풀어내는 마음이 있어야 과학적인 논술이 가능하다. '결혼식'이란 말을 듣고 [결혼식]이란 말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보통 사람의 마음속에는 '누구와 누구가 어느 때 어디서 어떤 순서에 의해서 무슨 예식을 올리는' 정경이 떠오른다.

말을 말로 저장하는 작업만 하면 이들 두 가지를 저지른다. 맹목적 암기 교육만 시키면 학생들이 이 두 가지 잘못을 지니게 된다. 또 한자와 외국어 교육만 시킬 때도 이런 잘못을 버릇들일 수가 있다. 이들 교육의 초입에는 말을 말로만 번역해서 암기하는 훈련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대상에 대한 묘사나 서사 설명 없이 평가만 하려는 것도 논술의 적이다. '이황은 훌륭한 철학자다.'는 대상에 대한 평가의 진술이다. 이 진술에는 이황이 무엇을 했는지는 하나도 들어 있지 않다. 그리고 대상에 대한 진술자의 호오(好惡) 표현도 논술의 적이다. 요즘 대학에서 알아보고자 하는 객관적인 논술이 되려면 대상과 진술자가 분리되어 보편적 시각을 지녀야 하기 때문이다. 논리란 보편적 사고의 길이다. 창조와 개성은 보편성에 터전을 두어야 남이 이해하고 수용하게 된다. 보편성 없이는 아집과 독선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호오의 표현과 평가의 표현을 인간이 우매하던 시절에 여러 문화에서 경험했던 마녀사냥에서 많이 보아 왔다.

깨고 부술 줄 모르면 논술할 줄 모르는 이가 된다. 사랑을 깨고 부수면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와 존중]으로 나누어 질 수 있다. 악법도 법이므로 지켜야 한다를 분해하면 그 속에서 [어떤 법은 나쁠 수 있다], [법을 만드는 사람/계층과 적용 받는 사람/계층이 다를 수 있다] 등으로 나뉘어진다. 사람에 따라서는 [식민지나 계급사회], [헌법재판소] 등이 소록소록 생각날 수 있다. 누구나 아이 때는 신기한 새 물건을 만나면 깨고 부수어 속을 들여다보고 싶어 한다. 깨고 부수는 작업은 이해를 위한 소중한 작업이다. 남의 물건을 멀건히 쳐다보기만 해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만나는 개념들은 대개 구체적 사물이 아니라 추상적 사고의 결과라는 점만 빼고는 모두 그런 물건들과 다를 바 없다. 과거에 어느 누가 깨고 부수고 잇고 퓨전하고 한 점에서는 변신로봇 장난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상태(경북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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