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료생활협동조합 '싹이 보인다'

외과의원-시각장애인 신협 '주치의' 협약

대구의 한 의원이 병원 문턱을 낮춰 시각장애인 신용협동조합원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주치의가 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역에도 조합원들이 의료기관의 운영 주체가 되는 의료생활협동조합이 탄생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구 수성구 광개토연합외과와 시각장애인 신용협동조합인 대구희망신협은 16일 '주치의 맺기' 사업을 위한 협약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주치의 맺기 사업은 희망신협의 조합원들이 이 병원을 '주치의'로 삼아 정기 검진은 물론, 건강 전반에 대한 문제를 상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 1990년 출범한 대구희망신협은 시각장애인들이 조합원이 돼 세운 장애인신협으로 자산 규모 75억 원, 조합원은 1천800명에 이른다.

광개토외과는 희망신협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주치의 병원으로서 시각장애인 조합원들이 편안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고 ▷개인적인 질병에 대한 궁금증을 24시간 상담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또 정기 건강 검진과 특정 질병에 걸릴 경우 지역의 다른 병원과 연계한 치료 등도 실시할 계획이다. 이미영 희망신협 대리는 "시각장애인들은 병원을 찾더라도 정확한 진료나 상담이 어렵고 심리적으로도 크게 위축돼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힘들었다."며 "이번 협약식을 계기로 시각장애인들이 좀더 쉽게 자신의 건강을 돌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번 '주치의 맺기' 사업이 지역에서 의료생활협동조합(이하 의료생협)의 싹을 틔웠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의료생협은 지역주민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의료인과 함께 의료기관을 개설해 운영하는 의료기관. 조합원 스스로가 주인이자 운영자이고 스스로 이용하는 점이 특징이다. 조합원이 주인인 덕분에 치료뿐만 아니라 조합원의 건강과 예방을 위한 각종 건강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대구에는 아직 의료생협이 없지만 '평화도시와 주민자치 실현을 위한 도시 공동체'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설립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김주성 광개토연합외과 원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주치의병원 사업이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가능한 지와 실제 어려움은 무엇인지 가늠할 것"이라며 "장차 의료생협 설립을 목표로 지속적인 연구 모임을 열면서 점차 구체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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