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용산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주요 대선주자 검증청문회를 통해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는 자신들을 괴롭혀온 온갖 의혹들을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이 전 시장은 재산과 병역 등을 둘러싼 의혹을, 박 전 대표는 영남대, 정수장학회 등과 관련된 의혹들을 적극 해명하는 데 주력했다.
◆이명박
▷특혜의혹 등 재산문제
이 전 시장은 시장 재직시 친·인척들에게 개발정보를 미리 알려주는 등의 특혜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청문위원들은 시장으로 재직하던 2003년 큰형 상은 씨와 처남 김재정 씨가 공동 경영하는 '(주)다스'가 '홍은프레닝'을 인수, 성내동에 주상 복합건물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인근 천호동이 '뉴타운'으로 지정됐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용적률 제한과 주상복합건물 건축 규제도 신속히 풀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은 "당시 해당지역 단체장의 강력한 요청과 천호동 집창촌 철거 및 재개발 요구에 따라 '천호 뉴타운'을 지정했을 뿐이고 용적률 역시 전임 시장 시절 이미 올려놓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 같은 의혹을 "한국정치사에 유례없는 네거티브"로 규정하기도 했다.
그는 "내가 정보를 줘서 이 사람들이 (개발사업을) 하지 않았느냐는 전제로 물어보는 것 같다."며 "시장을 할 때는 서울시와 기업의 경험을 갖고 대통령을 하겠다는 결심이 섰을 때인데 뻔히 친·인척으로 알려진 회사에 정보를 줘서 일을 하게 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고 반박했다.
홍은프레닝의 공사 착수 이후 이 지역 용적률이 400%에서 600%로 올랐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전임 (서울)시장이 떠나기 전에 이미 600%로 바꿨다."며 "뉴타운이 돼도 600%가 최대인데 무슨 정보가 필요하냐."고 항변했다. 홍은프레닝이 해당 토지를 매수한 지 20여 일 만에 지구단위 계획이 변경돼 주상 복합건물 건축규제가 풀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오히려 늦었다."면서 "20여 일 만에 됐다고 특혜는 아니다. 서울시의 모든 행정이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또 서초동 법조단지 주변의 고도완화와 관련해 "이 전 시장의 건물이 서초동에 있어 퇴임 직전 고도완화 민원을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추궁에도 "이 지역만이 아니라 서울의 유사한 지역을 비슷하게 풀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5층까지 지은 걸 7층까지 풀어줬는데 용적률은 똑같이 200%로 건축 면적이 같아 저한테 아무런 이익이 없다."며 "대통령 되겠다고 나온 사람이 건물을 7층으로 올리려고 서울시내 35곳의 고도제한을 풀었겠는가."고 반박했다.
서울시가 2003년 교통카드 사업 대상자로 LG를 선정한 것과 관련해서도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청문위원들은"이 전 시장의 형님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사돈인 LG 측을 배려한 게 아니냐"고 추궁했고 이 전 시장은 "LG는 저의 사돈이 아니다. 사사롭게 된 게 아니고 LG가 평점이 더 나와서 한 것"이라며 "이런 유언비어를 방송한 MBC를 소송해서 판결직전 사과방송을 했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투기 관련
옥천 땅 50만 평에 대한 투기의혹과 관련, '옥천군이 신행정 수도 후보지였다는 소문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 "몰랐다."며 "이 땅은 400여 명의 공동 소유였기 때문에 소문이 돌았으면 마을사람들이 저에게 팔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명색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건설회사 CEO다. 지금도 팔리지 않는 험산에 투기했다는 것은 맞지 않다. 주민들이 마을회관을 짓기로 해 험한 산을 사달라고 해 사게 됐다. 투기가 아니고 제가 그분들에게 부득이하게 사줬다는 표현이 정확하다."고 주장했다.
처남 김재정 씨 앞으로 등기 이전한 이유와 관련, "가지고 있어도 아무 이득이 없어 처남에게 팔아달라 했다. 그래서 아마 팔지를 못해 자기 이름으로 바꿨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 전 시장은 1977년 서초동 꽃마을의 4필지 토지구입과 관련, "1976년 현대건설이 중동에서 대형공사를 수주해서 정(주영) 회장이 간부들에게 특별보너스를 줬고 이때 관재담당 정택규 이사가 대신 맡아서 관리해 주겠다고 해 매입, 관리한 것 같다. 확인서도 있다."고 답했다.
'큰형 상은 씨와 김재정 씨 공동명의인 포스코 땅의 실제소유주가 이 전 시장'이라는 의혹에 대해 "내 땅이면 얼마나 좋겠나. 큰 재산인데…."이라며 맞받아쳤다.
▷병역 관련
이 전 시장은 "갈 수만 있었으면 어떻게 해서라도 갔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기관지 확장증으로 가지 못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이전에도 기관지 확장 증세가 있었는지'에 대해 "2년간 많은 고통이 있었지만 감기 정도인 줄 알고 감기약만 먹었다. 솔직히 병원에 갈 형편도 못됐다."고 답했다.
'1965년 현대건설 취직 당시 신검에서 문제가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당시 현대건설 (신입사원이) 75명 정도였는데 신검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고, '그 병을 앓고 있었음에도 어떻게 입사 직후 정주영 회장과 밤새 술을 마실 수 있었느냐?'는 지적에는 "사주가 술을 마시면서 물러설 사람 물러서라 해 그 자리서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해명했다.
'기관지 확장증은 완치되지 않는 병인데 대통령의 격무를 견뎌낼수 있나?'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입사해서는 세 끼를 정상적으로 먹고 규칙적 생활을 통해서 기적적으로 이 병이 나았다고 생각한다."면서 "내 아이에게 너만은 군대에 가라 했다. 인터넷에선 아들이 군대에 안 갔다는 이야기들이 뜨지만 아들을 일찍 군대에 보냈다."고 강조했다.
◆박근혜(일부 19일자 기재)
박 전 대표는 정수장학회가 (선친 재임시) 강제 헌납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고, 장학재단의 국가 헌납 여부에 대해서는 "권한도 없는 사람이 공익재단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섭외비 탈세와 건강보험료 미납의혹에 대해서 그는 "법이 바뀐 것을 잘 몰랐던 실무진의 착오였으며 추후 납부했다."고 해명했다.
영남대 강취 의혹과 관련, 그는 "영남학원 설립 당시 아버지가 많은 지원을 해 아버지의 유지를 받드는 일이라는 점에서 이사로 참여해달라는 제안을 수락했다."고 설명했고 부정입학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총장이 알아서 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육영재단 갈등 사태와 그 과정에서 고 최태민 목사의 역할에 대한 검증도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박 전 대표는 육영재단 갈등의 핵심에 최 목사가 있었다는 의혹을 강력 부인했다. 그는 "당시 최 목사가 육영재단에서 해 온 기념사업을 돕고 있었기에 '최태민 물러가라.'는 식으로 직원들이 데모를 했지만 그건 순전히 오해"라며 "최 목사나 딸인 순실 씨가 재단 일에 관여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87년 당시 어린이회관 직원들과 90년 숭모회라는 단체가 최 목사를 거론하며 시위를 벌인 데 대해선 "오해일 수도 있고, 숭모회 자체가 어떤 의도와 목적을 갖고 급조된 단체로 안다."고 반박했다.
그는 최 목사와의 갈등설이나 형제간 반목설 등에 대한 도의적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과연 제가 옳게 살았느냐, 저를 도운 사람들이 순수한 입장에서 도와 준 것이냐를 큰 틀에서 봐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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