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이모(22·여) 씨는 지난 3월 애견가게에서 어린 말티즈 한 마리를 구입했다가 마음만 상했다. 아껴 모은 35만 원을 주고 산 강아지가 구토와 설사를 반복해 동물병원에 갔지만 살리기 어렵다는 진단을 받은 것. 하지만 애견가게는 "매매 약관상 환불이나 병원비 보상은 안 되고 다른 강아지로 교환해 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 씨는 "30만 원이나 들여 치료를 했지만 소득이 없었다."며 "병든 그 강아지를 다시 다른 사람에게 팔았다는 얘기까지 들었을 땐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10만 원을 주고 애완견을 구입했던 박모(23·여) 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데려온 지 3일 만에 강아지가 구토와 설사를 해 동물병원에서 '파보장염'이라는 진단을 받은 것. 파보장염은 치사율이 90%에 이르는 치명적인 동물 질환. 박 씨는 구입한 애견가게에 치료를 맡기고 돌아왔지만 며칠 뒤 애견센터로부터 "이미 폐사했으니 6만 원을 더 내고 다른 강아지로 바꿔가라."는 얘기를 들었다.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강아지가 죽거나 병에 걸리는 등의 피해를 입는 사례가 끊이질 않고 있다. 하지만 애견 판매상들은 약관을 들어 환불을 거부해 교환 외에는 보상받을 길이 없는 형편이다. 대구소비자보호센터에 따르면 애완견 관련 소비자 신고는 올 들어서만 10여 건. 지난해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접수한 애완견 관련 소비자 상담도 499건에 이른다. 대부분 장염이나 피부병 등 병에 걸린 강아지를 구입했지만 환불이나 치료에 들어간 병원비 보상 등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다. 판매상들은 약관 등을 들어 환불이나 보상을 거부하고 있다. 소비자분쟁 해결 기준에 따르면 산 뒤 15일 이내에 질병이 발생하면 판매점에서 책임지고 회복시켜 소비자에게 인도해야 하고, 판매업소가 관리를 하다 애완견이 죽거나 회복 기간이 30일을 넘기면 같은 종류의 애완견으로 바꿔 주거나 돈을 돌려주도록 돼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기준이 단지 권고일 뿐 강제성이 없어 실제 환불을 받은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
이처럼 환불을 두고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자 대구시와 경북도, 대구공정거래사무소, 경북소비자단체 등은 최근 '빈발소비자민원 공동대응팀'을 구성, 판매 약관을 검토하는 등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다. 공동대응팀은 소비자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 판매상들을 파악해 약관을 검토해 부당한 조항이 있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불공정한 조항이 발견될 경우, 지역의 애견판매상협회 등과 협의, 시정하도록 권고하겠다는 것. 또 애견 판매상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불공정한 약관의 사례와 소비자분쟁 해결 기준도 설명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판매상들이 무조건 환불을 거부하거나 책임을 회피할 경우 행정조치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며 "일단 병원에 데려가기 전에 판매상에 치료를 요구하거나 미리 고지를 한 뒤 병원 치료를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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