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열두 살 되던 해,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을 맞아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어린 나이에 처음 타보는 비행기는 나를 한껏 들뜨게 하였습니다. 안전벨트를 착용하라는 승무원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고 드디어 비행기는 하늘 높이 날아올랐습니다.
작은 창문으로 보이는 구름은 정말 아름다웠고 아래로 보이는 건물들은 너무나 작게 보여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너무 긴장했던 탓인지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유독 엔진소리와 바람소리가 많이 들리는 비행기 화장실에서 가능한 한 빨리 볼일을 끝내고 나오려고 하는데 문을 아무리 열어도 열리지가 않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소리내어 엉엉 울며 "엄마 살려줘."라고 소리쳤고 승무원과 엄마가 달려와 문고리에 달린 버튼을 누르고 문을 당겨서 열어 보라고 하였습니다. "찰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나는 엄마에게 달려가 안겼고 내 소리를 다 듣고 있었던 승객들은 많이 웃으셨습니다.
그 사건 이후 비행기에 대한 공포가 생겨 가족들이 다 함께 동남아로 여행을 갈 때도 절대로 비행기는 타지 않겠다고 버텨 외할머니댁에 혼자 남았습니다.
벌써 10년이 훨씬 더 지난 이야기입니다만 혼자 시간을 보내는 지금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아버지, 어머니 그때의 그 웃음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
비행기를 처음 타시는 분, 혹시나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화장실 사용법 꼭 읽어보고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조용구(경북 청송군 진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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