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저자와의 대화) 김영철 계명대 교수

"빚쟁이의 독촉을 모면하기 위해 방편을 늘어놓은 변명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죠." 자기반성일까, 아니면 반어적인 주장일까.

그동안 한국 경제의 갖가지 문제를 꼬집어 온 계명대 김영철(48) 교수가 '경제학자의 변명'(도서출판 ?)을 펴냈다. 그는 "변명에 숨어 있는 경제학자의 모습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경제적 구조에만 관심을 가지고, 그 외 정치와 문화 등 복잡한 문제까지 답할 의무는 없다며 둘러대는 지식인의 모습은 추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미 FTA 문제도 그렇고, 대구·경북 경제통합도 그렇다. "찬반으로 갈려 서울 사는 사람의 소리를 앵무새처럼 뱉어내는 데 급급하다."고 진단했다. 그런 논의는 "알맹이 없는, 후진적 모드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대구·경북 경제통합은 희망적임에도 불안도 함께 내포하고 있습니다." 안에서부터 내발적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시혜를 입으려는 안일한 종속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보수성을 버려야 대구 경제가 산다."고 했다. 그것이 또한 한국 경제를 살리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경제가 탈바꿈하려면 변화의 상징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대구에서 시작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 책은 크게 네 가지 범주로 묶여 있다. 제1부는 지식인과 경제학 교수로서의 반성과 성찰에 대한 기록이며 제2부는 대구와 경북의 경제적 현실과 미래에 대한 제안과 비전 제시를 한 글들을 모았다.

제3부는 수도권 과밀현상과 서울공화국에 대한 문제의식이 그 배경을 이루고 있고, 제4부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사회의 변화 혹은 이른바 '97년 체제'에 대한 비판적 시간이 담겨 있다.

그는 "1997년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경제학자로서의 정체성에 심각한 혼란에 빠져들었다."고 적고 있다. 서구 경제의 커다란 흐름을 성실히 좇아가다 보면 한국경제에 대한 안목도 깊어질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IMF는 이런 믿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결국 "'지식의 표준은 마땅히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신영복 선생의 '감어인'(鑑於人)이란 경구처럼 한국의 당대 현실에서 비추어 구할 수밖에 없다는 최종 결론에 도달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경제를 '87년 체제'와 '97년 체제'란 말로 풀어 구분한 것도 그런 관점에서 나온 것이다. 정치적으로 접근한 87년과, 경제적으로 접근한 97년 체제의 차이이다.

'경제학자의 변명'은 지식인으로 또 경제학자로 고뇌와 단상이 잘 드러나 있다. 특히 '서울이야말로 지나간 옛사랑의 그림자' '블록조각이 작으면 작을수록 완성도가 높다' 등 쉬운 예로 우리 경제를 풀어 써 다른 경제서와 달리 읽는 재미가 있다.

대구에서 태어난 지은이는 경북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95년부터 계명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312쪽. 9천800원.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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