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믿을 水 있습니다" 차건혁 수자원공사 경북본부장

수자원공사가 요즘 진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해 불거진 퍼클로이드 파동에 이어 최근 경부운하 보고서 유출 등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데다 상하수도 민영화 사업, 물시장 개방 등 내·외적 도전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19일 위기와 변화의 기로에 서 있는 수자원공사 경북본부 호(號)의 선장 차건혁 본부장을 만났다.

차 본부장은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정부가 지난 16일 물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을 확정, 민영화·물개방 등을 서두르고 있지만 이에 따른 직원들의 동요 역시 만만찮기 때문이다. "우리 공사가 민영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조직내부에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며 "이런 우려를 씻어내기 위해 직원들을 상대로 조직의 비전을 제시하고 직원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영화 시기와 순서에 대해서는 몇 가지 불만을 털어놨다. 그는 "민영화보다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 광역화다. 광역화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자체별로 민간위탁이 되고 나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한 광역화가 오히려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본격화되고 있는 지역이기주의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수자원공사 경북본부가 지자체를 대신해 시행중인 지방상수도운영 효율사업조차 지역이기주의라는 암초에 부딪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재원이 부족한 지자체를 대신해 각 지자체에 생산하는 물보다 낮은 원가로 공급하려고 해도 받아들이지 않는 지자체가 많다."며 "물자원의 이용에 대한 지자체와 민간기업, 공사간의 협력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포항의 경우 물부족이 심각, 공단확장조차 어려울 정도이고 경주 역시 핵폐기장 건설로 물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큰일났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민영화와 물개방이라는 거시적 방향에 대한 차 본부장의 소신은 뚜렷했다. "현재 지자체와 수자원 공사에게만 부여된 수도사업자에 대한 지위를 민간기업에게도 부여하게 되면 공정한 경쟁을 통해 걸음마 수준인 물관련 산업들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를 위해 수자원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예정이다. 그는 경북본부가 물관리에 관한 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계절별 강수량 차이가 큰 대구경북의 특성상 물관리가 어려워 이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한 덕분이라는 것. 실제 이라크 아르빌 상하수도 현대화 사업을 비롯 수자원 공사가 시행하고 있는 해외수출분야중 상당수가 경북본부의 관리 노하우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민들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공사 본연의 임무를 잊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재 지방 상수도 보급을 늘리는 일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사업성만 따진다면 별 볼일 없지만 중소도시와 농촌마을에도 깨끗한 상수도를 보급하자는 취지로 추진하는 사업인만큼 경북본부의 명예를 걸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예천군과 고령군이 경북본부에 상수도 사업을 맡겼고 포항시 등 일부 지자체와는 위·수탁을 협의 중에 있다는 것. 그는 "수돗물 서비스는 어디에 살든 누구든지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수질과 시설이 열악한 중소도시의 상수도 사업을 맡아 경영 효율화와 수도산업의 경쟁력을 높여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북 산간지역 등 아직도 적지 않은 지역에서 수돗물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물사랑 나눔 사업을 적극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물사랑 나눔봉사활동은 자연재해나 재난으로 물 부족을 겪는 주민을 위해 대형 급수차나 대형 병에 물을 담아 긴급 지원하거나 아직도 지하수를 먹는 초·중·고등학교에 정수시설을 설치 해주는 일이다. 현재 15곳의 학교를 지원하고 있는 경북본부는 앞으로 50여개 학교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식수원이 없는 경북지역 도서,해안지역을 중심으로 해수 담수화시설을 맡아 주민들에게 안정적인 물을 공급할 계획이다.

차 본부장은 대륜고와 영남대를 졸업하고 1978년 한국수자원공사에 입사,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수자원공사 총무관리처장, 비서실장을 거쳐 지난해 1월 경북지역본부장으로 부임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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