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택연금 들면 평생 내집·평생 연금

新노후대책 '주택연금'

대구 수성구의 33평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는 A씨(74). 부인(65)과 살고 있는 그는 집을 저당잡힌 뒤 세상을 떠날 때까지 매달 일정액을 받는 방식의 주택연금에 가입하기로 결정, 최근 주택금융공사 대구지사에 신청서류를 냈다. 그의 집값은 한국감정원 평가결과 2억 2천500만 원. 그는 서류가 모두 통과돼 주택연금 가입자가 되면 매달 64만 8천 원씩을 죽는 날까지 받게 된다.

"2남 2녀가 있는데 '이 집은 못 물려준다'고 얘기를 했지. 자식들 모두 흔쾌히 동의를 했어. 지금 우리 자식들도 손자·손녀 키우기 바쁜데 '부모 생활비를 대달라'고 얘기할 형편이 안 돼. 지금도 생활비를 못 받아. 자식들한테 기대지 않으려면 이럴 수밖에 없지. 아마 집 한 채 갖고 있는 영감들은 모두 이 길을 선택할거야."

지난 12일부터 '주택연금'이 판매된 이후 주택금융공사 대구지사에 노인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고령화시대를 맞아 '빈손 노인'이 증가하면서 부모의 재산이 상속을 통해 자식에게 세습되던 한국적 문화가 일대 변화를 겪기 시작한 것으로 주택금융공사는 분석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 대구지사를 찾아온 B씨(81)도 대구 달성군의 아파트를 저당잡힌 뒤 생활비를 받아쓰려고 서류를 내밀었다. 부인(71)과 함께 사는 B씨 역시 자녀가 있지만 부모의 생활비를 충분하게 감당해줄 상황이 아니라고 주택금융공사 대구지사 관계자에게 털어놨다는 것. B씨의 아파트는 시가 6천500만 원. 월 24만 원을 생활비로 받게 된다.

주택금융공사 대구지사에 정식으로 서류가 접수된 주택연금 신청은 18일까지 모두 7건. 대구는 인구 수준을 감안할 때 서울·경기지역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신청 건수를 나타냈다.

서류 제출 외에도 상담 건수가 이미 100건을 넘어섰으며, 상담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경우도 나왔다.

이 경우 주택금융공사 대구지사장은 "노인들의 의식 변화 영향이 크겠지만 고령화시대를 맞아 자식들이 부모 부양 부담을 느끼면서 앞장서서 부모를 설득, 주택연금 가입상담에 나서고 있다."며 "주택연금이 활성화하면 노인들의 구매력이 과거보다 커지고, 자식들도 부모 봉양 부담을 상대적으로 덜어 경제의 선순환구조가 장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우리보다 앞서 주택연금을 도입한 미국은 지난해 10월 현재 23만 6천 건의 가입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입문의 053)430-2429.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 주택연금이란?

주택연금은 만 65세 이상 고령자가 자기 집을 담보로 해서 금융기관으로부터 노후생활자금을 연금 방식으로 대출받는 것. 역모기지론이라고도 불린다.

남편이 세상을 뜨면 아내가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받게 된다. 부부 모두 세상을 뜨면 경매처분해 대출원리금이 회수된다.

'집은 있으나 소득이 부족한(House Rich, Cash Poor)' 고령자에게 생활안정과 주거안정을 평생동안 보장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주택금융공사는 한국인 생명표를 기준으로 해 수명을 100세까지 계산, 연금을 주도록 설계했다.

일반 시중은행도 역모기지 상품을 팔아 왔다. 하지만 일종의 '변형된 주택담보대출'에 불과, 호응이 좋지 못했다. 이 상품은 종신거주와 종신지급을 보장하지 못했던 것.

대출기간(5~15년)이 끝나면 이용자는 그동안 받아 왔던 대출원리금을 전액 일시상환해야 하고, 만약 상환하지 못하면 주택을 경매당할 위험에 처했었다. 그러나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은 자기집에서 평생동안 살면서 월지급금을 연금방식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거안정성이 높아졌다.

또 주택금융공사 주택연금을 이용할 경우, 매달 받을 수 있는 대출금이 일반은행의 경우보다 많다는 것이 공사의 설명.

만 65세이고, 시가 3억 원의 주택을 소유한 경우, 주택금융공사 주택연금을 이용하면 평생동안 매월 86만 원 정도의 금액을 받을 수 있으나, 일반 시중은행 역모기지는 이보다 적은 수준에서 결정된다고 주택금융공사는 밝혔다.

최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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