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물을 만난 예술] ③남학호의 '물과 조약돌'

자연의 숨소리 들으며…

신선(神仙)사상에서 유래된 장생물(長生物)로는 해, 구름, 산, 바위, 물, 학, 사슴, 거북, 소나무, 불로초 등을 들 수가 있다. 동양문화권 속에 녹아든 십장생(十長生) 중에서 물(水)은 새 깃털도 가라앉는다는 곤륜산 요지의 신비스러운 물을 지칭했다고 한다.

불로장생(不老長生)을 염원한 인간의 열망은 오묘한 자연 현상에 경외심을 더하여 끊임없이 이상세계를 추구하며 생활과 사상과 예술 안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내 고향은 산, 들, 바다를 한 곳에 두고 있어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어릴 때부터 검푸른 동해 바다에 몸을 담그고 지천으로 깔린 조약돌을 밟으며 추억을 줍고 장엄한 자연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자랐다. 그 시리도록 맑은 물과 각양각색의 조약돌이 내 예술의 원천이 된 것이다.

자연의 형상을 빌려서 작가의 내면적 정감을 표현하는 것이 그림이다. 누군가가 읊조린 노래처럼, 흐르다 돌 만나면 돌아서 흘러가고, 깊고도 넓은 늪엔 고여서 쉬며 간다. 그렇게 밤낮없는 흐름 속에 수천 년을 갈고 닦고도 조약돌은 아직도 물속에 있다.

아직도 스스로가 부족해서 물속에서 몸을 씻고 있는 것이다. 심신을 닦고 또 닦고…. 이렇게 나의 그림에는 세월의 무상함을 간직한 조약돌이 빼곡히 들어있고, 세속의 욕망이나 격정에 휩싸이지 않고 담담하게 흐르는 물이 있다. 그리고 나비. 나비는 생명이다. 돌과 나비는 이원(二元)이 아닌 불이(不二)이다. 나는 오늘도 나비를 찾아 피안의 세계를 기웃거리는 것이다.

글 그림 남학호(한국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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