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한방울까지 소진시킨 경기 끝에 한국이 난적 이란의 벽을 넘고 2007 아시안컵 축구대회 4강에 올랐다. 연장전까지 120분 동안 득점을 내지 못한 후 승부차기에서 한국은 주장인 골키퍼 이운재의 선방에 힘입어 4대2로 승리, 25일 오후7시20분 이라크와 결승행을 다투게 됐다.
긴장과 투지가 어우러진 경기였다. 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부키트 잘릴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양 팀은 치열한 몸 싸움을 벌이며 아시아 정상급 축구의 진수를 펼쳤다. 비가 내리는 경기장 스탠드에는 한국과 이란의 응원단이 뜨거운 함성을 토해냈다.
경기 초반 이천수의 프리킥 슛으로 포문을 연 한국은 알리 카리미의 잇따른 중앙 침투 패스를 오프 사이드 트랩으로 막아냈다. 양 팀은 미끄러운 그라운드에서 볼 컨트롤 하는 어려움을 겪으며 격렬한 중원 다툼을 벌였다. 전반 22분, 염기훈이 이란 수비진을 무너뜨리며 위력적인 드리블을 구사했으나 슛 직전 중심이 흐트러져 넘어졌고 이어 김상식의 날카로운 중거리 슛은 이천수의 발에 방향이 바뀌며 골문을 향했으나 이란 골키퍼 로드리안이 잘 잡아냈다.
이란은 전반 31분 마다비키아가 측면을 돌파한 후 슛을 날렸고 41분에는 카리미의 슛을 이운재가 육탄 방어로 걷어냈다.
후반 들어서도 일진일퇴의 공방이 이어졌다. 상대의 공격을 두려워 한 양 팀은 공격을 하면서도 수비에 소홀하지 않았다. 간간이 빠른 역습이 나왔으나 곧 정돈된 수비 대형에 막혀 공을 돌리다 전진해도 촘촘한 수비망을 부수지 못했다. 후반 15분 이천수의 크로스가 수비의 발에 맞고 염기훈에게 이어져 슛까지 연결됐으나 골키퍼에게 잡혔고 이란은 42분, 네쿠남의 위력적인 중거리 슛에 이어 경기 막바지 위력적인 측면과 중앙 공격으로 한국을 위협했다.
승부를 가리지 못한 후 연장전으로 이어졌으나 경기 양상은 다를 바 없었다. 후반 들어 경험 많지만 나이 많은 이란 선수들은 체력적 열세를 드러내며 수비 진영에서 나오지 않았고 승부차기에 대비한 듯 골키퍼를 로드리안에서 탈레브루로 교체했다.
승부차기가 시작됐다. 먼저 승부차기에 나선 한국은 이천수와 김상식이 잇따라 성공시킨 반면 이란은 잔디의 성공 이후 주장 마다비키아의 슛이 방향을 읽은 이운재에게 막혔다. 그러나 한국은 3번 키커 김두현이 실패하고 에나야티의 슛이 들어가 2-2, 원점으로 돌아갔다.
한국은 4번 키커 조재진이 방향을 속이는 킥으로 골을 넣은 후 이운재가 카티비의 슛을 다시 몸으로 막아냈다. 경기장 내의 호흡이 잠시 멈춘 후 한국의 5번 키커 김정우는 침착하게 차 골망을 흔들었고 초조히 지켜보던 한국 선수들과 응원단은 일제히 환호했다.
이어 벌어진 사우디 아라비아와 우즈베키스탄의 8강전에선 사우디가 2대1로 승리, 일본과 결승행을 다투게 됐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