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야구' 붐이 일고 있으나 야구할 공간이 거의 없다. 이 와중에 대구시가 리틀 야구장을 조성하기로 했으나 시설이 열악하고 한시적으로 사용하게 돼 크게 개선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리틀 야구장 문제를 짚어본다.
"야, 난 이만수할래." "그럼 난 선동열이다." 동네 어린이들이 빈 공터에서 야구 삼매경에 빠져 해지는 줄 몰랐다. 글러브가 없어도 맨손으로 공을 받고 야구 배트가 없어도 나무 막대를 휘둘렀다. 테니스공이나 고무공 하나만 있으면 야구판이 벌어졌다. 시끄럽다고 이웃 아주머니가 불호령을 해도 잠시 흩어졌다 다시 모여 던지고, 치고 달렸다.
프로야구 초창기였던 시절, TV에서 또래 미국 어린이들이 깔끔한 야구장에서 장비를 갖추고 야구를 하던 것을 보며 한없이 부러워하던 어린이들이 어느새 아이를 둔 어른이 됐지만 여전히 어린이들이 야구 할 수 있는 환경은 갖춰져 있지 않다. 리틀야구단이 지역에서 하나둘 생겨나고 있지만 정작 어린 선수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전무한 형편이다.
리틀 야구의 싹이 조금씩 자라고 있다. '학원 야구'와 달리 평일에는 운동하지 않고 주말에만 방망이와 글러브를 드는 '리틀 야구'는 방과 후 활동, 클럽 활동으로 야구를 한다는 점에서 학부모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리틀야구단을 운영하고 있고 5월 안동시가 리틀야구단을 창단했다. 지역에 자생적으로 생긴 리틀야구단도 1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낡은 대구시민야구장을 대신할 신축 구장 이야기가 최대 관심사이긴 하지만 리틀야구장 문제 역시 수년간 결론이 나지 않는 지역 야구계의 숙원. 이 같은 상황에서 대구시가 리틀야구장 조성비 1억7천만 원을 마련, 호응을 얻고 있다. 축구를 할 공간은 있어도 야구를 할 곳은 찾기 어려운 마당에 이같은 계획은 환영받고 있으나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추기 힘들고 그나마 한시적으로 이용할 수 밖에 없어 아쉬움을 안겨주고 있다.
이 곳에 조성되는 야구장에는 더그 아웃과 라커룸, 스탠드 등이 갖춰지지 않는다. 1억7천만 원은 해당 부지에 있는 숲을 정리, 나무를 옮겨 심으면서 부지 평탄화 작업을 하는 데 쓸 돈. 엄밀히 말하면 야구를 할 수 있는 공터를 만들어주는 셈이다.
시에 따르면 이곳이 도시계획상 하수처리계획에 사용토록 정해진 부지여서 다른 시설을 할 수 없게 돼 있는 탓에 부지 평탄화 작업밖에 할 수 없다는 것. 올해 말 하수처리계획 관련 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 부지를 언제, 어떻게 쓸 것인지 청사진이 나오고 하수처리관련 시설이 들어서기 전까지 이곳에서 야구를 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박일환 시 체육진흥과 체육시설 담당은 "시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데다 부지를 구하기도 쉽지 않아 이 곳에 야구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르면 10월쯤부터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도 어린이들이 열악한 시설에서 야구를 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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