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의 진료비 과다 청구가 크게 늘면서 환자들의 환불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보험급여 구조와 의료 수가'를 둘러싸고 의료계와 정부가 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병원들이 보험급여 대상을 비급여 처리하거나 법에 없는 비급여 약제 및 치료제(임의 비급여)를 쓰면서 발생하고 있다.
◆진료비 과다 청구-환불 봇물
3월 29일 A병원 응급실에서 심장 검사를 받은 H씨(34) 가족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 중부지사에 '진료비 적정 여부 확인'을 신청했다. H씨는 '이상 징후가 있다.'는 병원 말에 따라 수술 직전까지 갔다가 정밀 진단 결과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바로 퇴원했지만 나중에 청구된 진료비가 당초 예상보다 많았기 때문.
실사에 들어간 건강보험공단은 모두 21만 5천53원의 진료비가 과다 청구된 사실을 확인했다. 치료제, 약제 사용 등 40가지의 비급여 및 전액본인부담 내역을 조사한 결과 보험 급여가 가능한데도 비급여 처리를 한 내역이 23건, 건강보험법으로는 비용을 산정할 수 없는 내역(임의 비급여)도 8건이나 됐던 것.
이 같은 진료비 과다 청구는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본부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대구 전체 병원들의 진료비 환불 건수와 금액은 863건, 2억 6천200만 원으로 2005년 583건, 1억 5천500만 원보다 크게 늘었고, 올해 역시 20일 현재 465건, 1억 2천700만 원에 이르고 있다.
◆정부 탓(?)
이에 대해 병원들은 "고의적으로 진료비를 과다 청구하는 게 아니다."며 "정부의 보험급여 기준과 지나치게 낮은 의료수가에 근본 문제가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진료비 내역은 보험급여와 비급여로 나뉘고 비급여 항목은 국민건강보험법에 정해져 있는데, 건강보험 재정 부실과 법적 기준이 의학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맹점 때문에 진료비 과다 청구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상태를 우려한 정부가 보험 급여 수가 및 용량·용법을 지나치게 제한해 치료제 및 약제 처방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급여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고, 이를 환자 부담의 비급여로 처리하지 않으면 병원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또 보다 나은 치료를 위해 신약, 신기술을 환자에게 처방하고 싶지만 비급여 항목에 없어 임의 비급여로 처리하고 있다는 것. A병원 측은 "H씨 경우도 이런 이유 때문에 진료비 과다 청구가 발생했다."며 "의심 가는 증상을 발견해 진료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병원 탓(?)
그러나 정부는 당장의 이윤 때문에 법과 절차를 무시하는 의료계 관행에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큰병원에서는 보통 건강보험공단에서 삭감되는 용량·용법을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갖추고, 부득이하게 초과하는 경우에는 왜 그래야 하는지 해당 의사의 소견서를 첨부하지만 이런 절차가 없는 병원들이 훨씬 많다는 것. 부득이한 임의 비급여나 보험급여의 비급여 처리는 공단 또는 평가원 심사 과정에서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지만 함부로 치료했다가 나중에 깎일 것을 걱정해 환자에게 부담시키는 병원 관행이 여전하다는 설명이다.
건강보험공단 대구본부 관계자는 "법과 제도가 의학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은 어느 정도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환자에게 처방하고 싶은 신기술, 신약을 미리 건강보험공단에 신청해 합법적인 비급여로 쓸 수 있는 방법이 있고, 의료 수가 산정 또한 의사 전문가 집단이 직접 결정한 것인데 이를 따르지 않고 무조건 법이 잘못됐다는 식의 병원 주장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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