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2㎞의 국내 최장코스를 완주했습니다. 내년에는 537㎞ 종단코스에 도전해 울트라마라톤의 그랜드슬램을 이뤄낼 각오입니다."
40대 부부 마라토너가 622km 국토종단 울트라 마라톤 완주에 성공해 부부로는 국내 처음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영예의 철인 부부는 구미에 사는 김대수(48) 곽점순(46) 씨. 14~21일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KUMF)이 주관한 국토종단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서 부부가 나란히 전남 해남 땅끝기념탑에서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622km 전 구간을 완주했다. 곽 씨는 국토종단 마라톤에 성공한 국내 첫 여성이란 타이틀도 얻었다.
7일 밤낮을 쉬지 않고 622km를 달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24시간 내 100km 주파', '622km를 총 150시간 안에 완주' 등 엄격한 규정 때문에 잠은 도로변 버스승강장 의자 등에서 하루 30~40분 정도 새우잠을 자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고, 식사도 달리는 길에 김밥처럼 빨리 먹을 수 있는 것들로 해결했다.
200km 지점에서 김 씨에게 한 차례 고비가 닥쳤다. 아킬레스건 주위의 심한 통증으로 더 이상 뛰기 어려운 상황에 이른 것. 몇 시간 전부터 계속된 통증이었지만 행여 아내가 힘을 잃을까 내색치 않고 묵묵히 달렸건만 너무 아파 끝내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냇물에 퉁퉁 부은 발을 담그고 여기서 포기해야 하나, 서로 부둥켜 안고 많이도 울었다. 그러나 발의 통증이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500km 지점에선 쏟아지는 잠을 이겨내지 못해 또 한 차례 고비가 왔다. 아내 곽 씨가 잠 때문에 몸을 가누지 못한 것. 남편은 아내를 붙들고 20여km를 뛰었다.
아내는 이번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직장까지 그만뒀다.
개인트럭 운전을 하는 김 씨는 시간 내기에 별반 문제가 없었지만 회사원이던 곽 씨는 마라톤 출전을 위한 보름 정도의 휴가를 얻지 못해 결국 사표를 낸 것. 1년 이상 준비한 마라톤 완주가 인생에 있어서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부부가 마라톤을 시작한 건 6년 전 건강을 위해서. 42.195km 풀코스를 20여 회 완주하면서 얻은 자신감으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다는 울트라 마라톤을 시작했다. 2005년 308km 한반도 횡단에 나섰다가 200km 지점에서 포기한 적이 있지만 지난해 4월 제주도 일주 200km에 도전, 완주했고 그 해 9월 308km 한반도 횡단에 재도전한 끝에 성공했다.
"아내와 함께 뛰지 않았다면 아마도 포기했을 것입니다. 아낌없이 성원을 보내준 구미마라톤클럽 동료들도 큰 힘이 됐지요. 울트라 마라톤을 완주한 기억은 앞으로 인생을 사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이번 국토종단 완주로 울트라 마라톤의 그랜드슬램이라 불리는 국토종단의 또 다른 한 코스(537km)만을 남겨 둔 김 씨 부부는 내년 꿈의 기록을 달성하기 위해 오늘도 달리고 있다.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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