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경제인들 사이에 최근 '문희갑·채병하 이야기'가 급속도로 번져나가고 있다.
문희갑 전 대구시장과 채병하 전 대구상의 회장이 이달초 대구시내 한 호텔 커피숍에서 우연히 마주쳤으며, 이 자리에서 채 전 회장이 문 전 시장에게 '심한 소리'를 했다는 것이 이야기의 줄거리.
두 사람은 재임시절때 각각 대구시정과 대구 경제계를 대표하는 인물이었지만 사이가 매우 나빴으며, 이 해묵은 감정이 되살아나면서 이 날 사건이 비롯된 것으로 경제인들은 얘기하고 있다.
목격자들의 얘기를 간추려보면 지난 12일 낮 대구 수성구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문 전 시장과 채 전 회장이 실랑이를 벌였다.
한 현장 목격자는 "채 전 회장이 심하게 격앙돼 있었고, 무슨 내용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 문 전 시장에게 뭔가를 소리치고 있었다."며 "상황은 약 5분동안 계속된 것 같다."고 했다.
이 사실은 경찰 정보라인에까지 올라갔고, 경찰은 폭행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 호텔 관계자들에 대한 탐문도 벌였다. 하지만 '말다툼' 수준이었고, 물리적 충돌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한 관계자는 "'문 전 시장이 얼굴에 상처를 입었다'는 등의 소문이 나돌아 폭행여부 확인도 했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며 "흔히 있을 수 있는 가벼운 실랑이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두 사람 이야기가 꼬리를 물면서 퍼지고 있는 이유는 두 사람의 관계 때문. 두 사람은 재임시절 신문 지상에까지 자주 오르내릴만큼 사이가 좋지 않았다.
경제인들에 따르면 채 전 회장이 상의 회장 선거에 나올 때, 문 전 시장이 다른 후보를 사실상 지지하는듯한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온데다, 대구시가 EXCO설계 번복과 관련해 채 전 회장을 상대로 억대의 손해배상소송까지 걸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는 것.
채 전 회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문 전 시장을 수년간 만난적이 없으며, 문 전 시장을 최근 만나 실랑이를 벌인 사실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문 전 시장이 재임기간 중 잘못한 부분이 많아 문 전 시장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다시 만나면 그의 잘못을 꾸짖겠다."고 말하는 등 앙금을 숨기지는 않았다.
문 전 시장과는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고, 그의 측근은 "우연히 채 전 회장을 마주친 사실은 있다."고 확인한 뒤 "'(문 전 시장이)피투성이가 됐다'라는 등 온갖 소문이 나돌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한편 두 사람 이야기가 퍼져나가자 경제인들은 "한 때 대구를 대표했던 공인들인데 이같은 불미스런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며 대구 원로들의 불화를 아쉬워하고 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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