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물과 접촉이 잦은 요즘, 여성 건강을 위협하는 복병 가운데 하나가 질염이다. 특히 여름철 몸에 꽉 조이는 바지를 입거나 오랜 시간 동안 수영복을 입으면 악화될 수도 있다. 질염은 결코 부끄럽게 생각하거나 가볍게 여겨 치료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심각한 병은 아니지만 여성의 활동과 부부 생활에 영향을 주고, 다른 질환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질염의 원인과 종류
질염은 몸의 외부로부터 병원체의 침입이나 질 속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던 미생물이 병원체로 증식돼 질내 환경이 바뀌는 바람에 생긴다. 이런 변화를 초래하는 요인으로는 항생제, 호르몬, 자궁 내 장치(루프), 잦은 뒷물, 성관계, 성병, 스트레스 등이 거론된다. 질염에는 세균성 질염, 캔디다성(곰팡이) 질염, 트리코모나스(기생충) 질염 등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며, 이 밖에 폐경기 이후의 위축성 질염, 소아질염 등이 있다.
◆세균성 질염
가장 흔한 형태다. 염증 작용이 적어 염이 아닌 증으로 불리며, 잦은 성관계와 뒷물로 인해 질 내 유산균의 감소에 이은 산성도의 저하, 즉 질 내 알칼리화가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증상을 가진 여성에게는 골반염, 이상 자궁세포의 빈도가 높아지며 임신부의 경우 양막 파수나 조산, 제왕절개술 뒤 자궁내막염의 발생률이 높아진다. 대표적인 증상은 회색의 질 분비물과 생선 비린내 같은 특이한 냄새. 이 냄새는 생리 중이거나 성관계 뒤에 심해진다. 왜냐하면 혈액이나 정액의 알칼리성 때문이다. 먹는 항생제를 하루 2회씩 1주일 복용하면 95% 정도는 치료된다.
◆캔디다성 질염
이 질환은 가임기 여성에겐 흔하지만 사춘기 이전에는 거의 없고, 폐경기 뒤에도 드물다. 치즈 같은 분비물이 나오면서 외음부가 가렵고, 소변을 볼 때 외음부에 통증이 생긴다. 외음순, 외음부의 피부 그리고 질 내에 부종과 홍반 등이 보일 수 있다. 임신성 당뇨병, 비만, 전신적인 스테로이드 사용, 고용량의 여성호르몬이 포함된 피임제 사용 등과 루프, 그리고 에이즈 감염에 따른 면역력 저하가 캔디다성 질염의 발병과 높은 연관이 있다.
항진균제로 1주일 이내에 치료가 되며, 치료율은 80% 이상이다. 캔디다성 질염이 있는 여성의 배우자 가운데 5~25%는 증상이 없이 생식기에 캔디다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성 관계 자체가 재발성 캔디다성 질염의 원인이 아니므로 배우자가 함께 치료받을 필요는 없다. 다만 구강 성교를 할 때는 배우자의 구강으로부터 질로 캔디다가 옮길 수는 있다.
◆트리코모나스 질염
전염이 매주 잘 된다. 이 질병을 가진 여성과 성 관계를 가진 뒤 남성 감염률은 70% 정도에 이른다. 잠복기는 20일 정도이며, 흡연은 트리코모나스의 증식을 활성화시킨다. 트리코모나스 질염에 걸려도 20~50%는 증상이 없을 수 있다. 세균성 질염을 동반한 경우가 60%에 이른다. 트리코모나스의 활발한 운동성은 인체에 해롭다. 질 내를 충혈시키며, 골반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트리코모나스가 나팔관염으로 진행돼 나팔관을 막아 자궁 외 임신이나 불임의 원인이 되고, 조산의 위험을 부를 때도 있다. 냄새가 나는 화농성 질 분비물이 많이 생기며, 가려움증이 따른다.
항생제를 하루 2회 정도, 1주일 동안 쓰면 95% 정도 치료된다. 특히 이 병은 배우자도 함께 치료받아야 한다. 배우자가 함께 치료받지 않을 경우 재감염률이 6.2~23.7%에 이른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도움말·이동영 대학산부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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