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장 내가 읽어 줄게. 잘 들어봐. 어렵지 않아."
25일 미국 뉴욕의 한 의과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 이레니(19) 양은 신애보육원 원생인 김민지(가명·15) 양에게 '신데렐라'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이 양은 민지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최대한 정확한 발음으로 문장을 또박또박 읽어갔다. 민지 양도 레니 양이 읽어주는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고 열중했다. 지난해에 이어 한국 교포 2세들로부터 영어를 배우는 민지 양은 "단어 몇 개와 손짓 발짓으로 언니와 대화를 하지만 공부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며 "올해도 미국에 사는 또래 친구들을 만나 생활하게 돼 너무 신난다."며 좋아했다.
재미교포 2세 8명이 25일 대구 서구 평리동에 있는 신애보육원을 찾았다. 이들은 미국 뉴욕에 위치한 미주한인 선교회인 '고어헤드 선교회' 일원으로, 조국의 시설아동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하러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이곳을 방문한 것. 캐나다 토론토에서 '고어헤드 선교회' 활동 소식을 듣고 '조국 방문 썸머 캠프'에 참여한 이사라(15) 양은 "캐나다에는 입양이나 위탁가정이 많아 보육원이 없다."며 "이들이 느끼는 외로움이나 아픔을 함께하며 조금이나마 힘이 돼주고 싶어 한국으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선교회의 봉사 활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신애보육원생 15명에게 3년째 일정 금액을 후원하고 있고 지난해부턴 시설 아동들에게 해외 연수 기회도 제공하는 등 든든한 교육 후원자 역할까지 하고 있다. 올해도 다음달 10일부터 보름간 시설원생 2명이 미국 뉴욕으로 연수를 갈 계획이다. 시설원생 박미영(20·여) 씨의 경우엔 3년 전 선교회의 도움으로 미국 연수를 떠나 현재 미국 뉴욕에서 의과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또 지난해부턴 교포 2세들과 시설 아동 간의 e메일 교환과 국제전화를 통한 안부전화 등 생활 속 봉사까지 벌이고 있다.
이처럼 선교회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신애보육원 정태윤 원장의 노력 덕분이다. 시설 아동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제대로 된 영어 교육을 받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 미국의 선교단체 10곳의 문을 두드린 지 한 달 만에 '고어헤드 선교회' 회장인 이상조 목사의 후원을 얻어내게 된 것. 한국 교포 2세들과 함께 보육원을 찾은 이 목사는 "교포 2세들이 한국의 시설원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희생정신을 배우고 조국 사랑의 마음가짐도 가질 수 있어 오히려 교포 학생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대구와 미국의 국경을 넘은 봉사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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