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했는데 외출 도중 갑작스레 비를 만나면 누구나 당황하게 마련. 그러나 대구의 달구벌버스가 운행하는 시내버스 202번과 202-1번, 성서3번, 북구3번, 518번을 탔다면 그런 걱정은 놓아도 될 듯하다. 승객을 위한 '양심우산'이 비치된 덕분이다.
불볕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25일 오후, 시민회관 방면을 향하던 시내버스 202-1번 운전석 옆 작은 통에는 '양심우산, 자주관리기업 달구벌버스'라 적혀 있는 예닐곱 개의 접이식 반자동 우산이 꽂혀 있었다. 버스를 타던 승객들은 의아해하다 '양심우산을 빌려드립니다.'라는 글귀를 쳐다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 승객 이선주(45·여) 씨는 "버스 안에 우산이 있기에 분실물을 모아놓은 줄 알았다."며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더라도 걱정이 없을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달구벌버스가 시내버스에서 승객들에게 우산을 빌려주기 시작한 건 이달 초부터. 장마철을 맞아 운송원가를 아낀 400만 원으로 우산 1천 개를 구입, 각 버스마다 10개씩 비치했다. 시내버스의 우산 대여 서비스는 대구는 물론, 전국적으로도 사례를 찾아보기가 쉽지않다.
달구벌버스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이 우산은 더욱 뜻깊다. 달구벌버스는 대구 29개 버스회사 중 가장 형편이 넉넉지 못한 회사 중 하나. 2005년 8월 달구벌버스의 전신인 국일여객이 부도가 나면서 버스 운행 중단 사태를 빚었고, 근로자들은 4개월 넘게 거리에서 천막 농성을 벌여야 했다. 결국 근로자들이 회사 부채를 떠안고 부채 경감을 위해 퇴직금까지 내놓으면서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회사가 정상화되면 도와준 시민들에게 은혜를 갚겠다던 약속을 지켜가고 있는 셈이다. 이 회사 버스기사 이재학(49) 씨는 "아직도 회사 부채를 갚기 위해 근로자들이 노력을 하고 있다."며 "시민들을 위한 작은 배려지만 의외로 반응이 좋아 기분이 좋다."고 했다.
하지만 우산의 회수율은 그리 높지 않다. 비치했던 500개의 우산 가운데 300~400개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 그럼에도 달구벌버스는 양심우산 빌려주기를 계속할 작정이다. 회수되지 않는 우산 수를 감안해 해마다 200만 원씩 들여 우산을 채워 놓겠다는 것. 이 회사 관계자는 "우산을 돌려주며 고맙다는 표시로 음료수를 건네주거나 대구시청 홈페이지에 칭찬의 글을 올려놓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며 "조금씩이나마 시민들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계속해서 계획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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