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금지와 미니스커트

△ 성매매 금지법과 미니 스커트

1967년 가수 윤복희가 '남자 친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 미니 스커트를 입고 김포공항에 내렸을 때 한국사회는 깜짝 놀랐다. 윤복희의 패션은 충격을 넘어 사회적 논란이었다. 당시 통념상 여성이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는 옷을 입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이 상상조차 힘들었던 패션은 급속하게 퍼져나갔고, 경찰은 '풍기문란'을 이유로 단속하기 바빴다.

경찰의 단속과 우여곡절, 곱지 않은 사회적 시선에도 미니스커트는 짧아져왔고 초미니를 넘어 '나노 미니(nano-10억분의 1을 의미하는 말, 미니 스커트의 길이가 굉장히 짧음을 나타내기 위해 용어)'까지 등장했다. 미니스커트는 10대나 20대 여성의 전유물도 아니다. 30대 주부들도 미니스커트를 입고 싶어한다. 다만 자신에게 쏠리는 야릇한 눈과 나잇살 때문에 입기를 꺼릴 뿐이다.

"제가 미니 스커트를 입는다고 해서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잖아요? 더운 날씨에 시원하게 입을 수 있고, 미니 스커트를 입으면 자신감도 생겨요."

대구 동성로 거리에서 만나 20대 초반의 이 여성은 "주변의 남자들도 좋게 봐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니 스커트에 대해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미니 스커트를 입지 말라는 게 아니라, 입을 정도로 몸매를 가꾸거나, 입더라도 속옷이 보이지 않게 행동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미니스커트 길이 단속과 마찬가지로 누구에게도 실제적인 피해를 주지 않지만 법으로 금지하는 사안이 성매매이다. 2004년 9월부터 시행된 성매매 처벌에 관한 특별법은 성매매 알선자와 매수자, 업주 강요에 따른 매매가 아닌 여성 매매자 등 관련자들이 모두 처벌을 받는 법률이다.

법률이 시퍼렇게 살아있지만 성매매는 근절되지 않았다. 대규모 윤락가는 사라졌지만 '골목'에서 성매매는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다.

소설가 복거일씨는 자신의 저서 '벗어남으로서의 과학'을 통해 '자발적인 성매매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고 당사자들에게는 아주 큰 이익을 준다.'고 말했다가 성매매를 반대해온 여성계로부터 '고려할 가치도 없는 주장' '작가적 양심에 어긋나는 주장' 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복씨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성매매 금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내다 팔게 몸밖에 없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나 배려가 없는 것 같아요. 더불어 그들은 인간 본성에 어긋나는 감상적인 사치를 누리려고 해요."라고 말했다. 그는 결혼제도는 인간이 다듬은 좋은 제도이지만, 자연에서 찾아보기 힘든 기구이고, 성욕 앞에 늘 위협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모든 생명체는 종족보전을 위해 성욕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개인에게 종교적 성인 수준의 금욕을 요구한다. 또한 결혼생활에서는 왕성한 성욕을 요구한다.

성매매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성이 '거래대상'이 되는 데 혐오감을 느낀다. 남녀의 성교가 당사자들의 타오르는 성욕에 바탕을 두고, 오직 성교자체를 위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이는 매우 낭만적인 견해이고 그래서 광범위하게 퍼져 있지만 현실적이지는 못하다. 부부간에도 사랑이나 성욕구 없는 성교는 많다. 심지어 의무감에 이루어지는 성교도 있다.

욕구나 사랑이 없더라도 부부간에 성관계 거부는 때때로 '이혼사유'가 되고, 아무리 타오르는 사랑의 행위라 할지라도 혼외 성관계는 간통죄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사회가 품고있는 성에 관한 역설이다.

조두진 기자 earful@msnet.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