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향숙의 고민 지우개]중학교 입학 앞둔 아이, 노는 것에만 열중

*고민있어요

초등학교 6학년의 엄마입니다. 남자아이라서 그런지 게임을 좋아하고 친구를 좋아하는데 공부를 등한시 하는 것이 걱정입니다. 내년이면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어서 이번 여름방학은 여러 가지 공부계획을 많이 세웠는데 아이는 따르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립니다. 방학계획표는 제대로 지켜지지도 않고 이러다가 노는 것에 익숙해져 공부에 소홀할까 염려됩니다.

*이렇게 해보세요

학창시절에 손꼽아 기다리던 방학이 드디어 시작되었군요. 녀석들이야 '학교'라는 공간과 일상적인 학업에서 해방된다는 생각에 쾌재를 부르겠지만 우리네 어머니들은 학교를 대신한 가정에서의 생활지도가 과제로 주어져 비로소 개학(?)에 접어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기중에는 비교적 규칙적인 생활이지만 방학은 아이들이 느슨해지는 시기이니 옆에서 지켜보노라면 신경이 쓰이는 것은 당연지사지요. 그러고 보면 수십명의 제자들과 매일을 씨름하시는 선생님들의 노고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곤 해요. 님께선 자녀가 이번 방학을 알차게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신데 비해 아이는 어머님의 뜻을 따라주지 않아서 염려되시나 봅니다.

방학이면 학교생활의 일시적인 단절로 인해 몸도 마음도 이완되어 자기통제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마냥 풀어지게 됩니다. 불규칙한 기상시간과 취침시간, 무방비 상태로 오픈된 사이버공간과 TV에 시간을 할애하기도 일쑤지요. 하지만 이 기간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입니다. 방학은 아이들의 내/외적 성장이 이루어지는 절호의 기회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새로운 경험을 통하여 큰 안목과 자신감을 키우고 재충전을 위한 시간이 되도록 도움을 줄 수 있어야겠습니다. 계획 없이 무작정 놀기만 한다거나 지식습득에만 몰두한다면 그 의미와 효과는 기대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어머님의 바람대로 아이의 방학계획을 수립했다손 치더라도 당사자가 수용하지 않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됩니다. 먼저 서로 충분한 논의 후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분량의 계획을 아이가 주도적으로 수립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계획을 세우는 목표와 실천 후의 얻는 것에 대해 짚어보며, 시시콜콜 개입하기보다는 큰 얼개를 잡을 수 있게 조언하고, 스스로 실천하게끔 자율성을 키워주는 것이 어른들의 역할 아닐까요? 그럼으로써 동기부여가 되어 학습에 정진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미래를 보는 다양한 시각과 창의성을 최대한 키울 수도 있겠지요.

아울러 바쁜 일과로 미처 할 수 없었던 책읽기, 몸으로 부딪히며 알아가는 체험활동, 부모와 함께하는 전시회나 공연 같은 문화경험, 예전의 문물과 만나는 과거로의 여행 등으로 사고의 폭도 넓히는 작업이 수반되면 좋겠습니다. 또 손길이 필요한 이웃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봉사활동으로 더불어 살고 배려할 줄 아는 넉넉한 인성까지 겸비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 아닐까요.

눈앞의 '숫자놀음'에 연연하기보다 큰 안목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꿈을 키우게 하며 그 꿈을 담을 수 있는 큰 그릇을 빚을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이끌어 주는 지혜가 요구됩니다. 그래서 꿈들이 숙성될 수 있게 부모의 신뢰가 담긴 시선으로 한걸음 물러서 지켜보는 여유도 필요할 듯합니다. 아이들은 믿는 만큼 자란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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