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배부른 영양실조'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늘면서 비만과 당뇨, 고혈압, 심장과 신장질환, 암 등 이른바 현대의 고질적인 질환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푸드에 익숙해진 생활의 결과이다.
그래서 먹을거리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약보불여식보(藥補不如食補). 보약도 좋은 음식을 먹는 것만 못하다. 먹어서 약이 되는 음식들. 그 해답은 우리가 늘 마주하는 밥상에 있다.
◆부드러운 음식이 병을 부른다
편리하다는 이유 하나로 인스턴트 식품이나 가공식품을 많이 섭취하다보면 칼로리는 넘쳐나는데 이를 분해시키는 비타민과 무기질, 섬유질은 부족하기 십상이다.
이들 식품은 가공과정에서 입맛을 맞추기 위해 인공색소, 향료, 방부제 등 각종 첨가물과 지방, 소금의 함량이 많아져 심장질환, 고지혈증 등 각종 '생활습관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또 이들 식품들은 대개 부드럽게 만들어져 씹는 노력이 그만큼 덜 든다. 이 때문에 위에서 포만감을 느끼기도 전에 너무 빨리 먹게 됨에 따라 과식을 하고 그 결과 비만이 생기고 혈당이 빨리 올라 당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자연 속에서 자란 거친 음식이 좋다
본래 농작물은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뿌리지 않더라도 스스로 병원균이나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여러 가지 화학물질을 만들어 낸다. 이런 생리활성물질은 우리가 섭취한 후에도 체내에서 면역력을 증강시키고 몸 안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제 역할을 함으로써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색이 진하고 향이 강한 제철 식품은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다. 콩, 마늘, 부추, 양파 등이 좋은 예이다. 껍질 채 먹는 곡물인 현미, 보리, 수수도 대개 씨눈이나 겨층에 부족하기 쉬운 식이섬유가 많아 변비, 비만, 대장암 등을 예방한다.
발아현미나 새싹채소는 소화효소와 여러 생리활성물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살아있는 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약과 음식은 둘이 아니다
갱미(粳米), 대산(大蒜), 수근(水芹), 대두황권(大豆黃卷), 의이인(薏苡仁), 서과(西瓜), 첨과(甛瓜)는 한의학 약물학 서적인 '방약합편'에 나오는 약재들의 이름이다. 이 약재들을 우리말로 옮기면 각각 멥쌀, 마늘, 미나리, 콩나물콩, 율무, 수박, 참외가 된다.
멥쌀은 속이 더부룩할 때, 마늘은 남성의 스태미너에, 미나리는 독기 제거에, 콩나물콩은 숙취해소에, 율무는 물사마귀나 티눈 제거에, 수박은 부종과 오줌소태를, 참외는 독이 든 음식을 먹었을 때 음식물을 토하게 할 경우에 쓴다.
또한 감꼭지를 달인 물은 딸꾹질을 멈추게 하고 보리는 칼륨이 많아 고혈압을 낮추며 밀은 비만을 예방한다.
이처럼 방약합편에 따르면 약과 음식은 둘이 아니다. 생활 가운데 접하는 수많은 음식물들이 제각각 약리작용을 갖고 있다.
◆천천히 씹어 먹으면 비만은 절로 예방
거친 음식일수록 천천히 씹어 먹어야 하기 때문에 많이 먹기 힘들고 포만감도 주므로 살을 빼는데 도움이 된다. 사과, 토마토, 당근, 산나물, 미역 등은 위에서 포만감을 느끼게 하므로 비만예방에 좋은 식품에 속한다.
흔히 몸이 붓는다는 것은 살이 찌기 전 나타나는 대표적 증상이다, 이 때는 메밀, 율무, 쥐눈이콩, 옥수수 수염 등이 이뇨작용을 통해 부기를 빼주는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미나리, 샐러리, 감잎, 솔잎은 신진대사를 도와 에너지 소비를 높여줘 살을 빠지게 한다.
녹차, 마늘, 양파, 부추, 뽕잎은 체내에 흡수돼 지방의 분해를 촉진하기 때문에 비만예방에 도움이 되는 식품들이다.
◆국민병인 당뇨의 혈당을 낮추자
당뇨병엔 섬유질이 많아 소화가 느리면서 비타민이나 무기질이 풍부하며 혈당지수가 낮은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혈당지수란 음식물을 섭취한 후 2,3시간 후에 나타나는 혈당량으로서 보리, 콩, 현미, 잡곡, 브로콜리, 배추 등은 소화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무기질과 비타민이 많아 혈당을 낮추는데 효과적이다. 같은 감자라도 삶은 감자보다는 구운 감자가 혈당지수가 더 높다. 이는 감자를 굽는 동안 포도당으로 변할 전분이 분해하기 때문이다.
◆항암작용을 하는 식품을 골라먹자
식이섬유, 비타민 A, C, E, 셀레늄은 항암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이섬유는 발암물질을 흡착해 배설시켜 암 발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도정하지 않는 곡류, 채소류, 해조류에 많다.
마늘과 양파에 많은 유황화합물도 암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녹차, 감잎, 홍차에 든 폴리페놀도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작용이 탁월하다. 비타민 A, C, E 등도 항산화제 역할을 한다. 당근, 고구마, 시금치, 귤, 오렌지, 씨눈, 견과류에 많이 함유돼 있다.
셀레늄은 콩. 곡류에 특히 많은데 이 역시 항산화작용이 뛰어나다.
◆한국인 하루 소금 섭취량 OECD국 평균 2배
50세 이상 우리나라 사람 거의 절반이 시달리는 고혈압은 짜게 먹기 때문이다. 메밀은 혈관 벽 저항력을 높여 고혈압에 좋다는 루틴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고 청국장 속 바실러스균은 단백질을 분해해 펩타이드를 만드는데 이 성분은 혈압의 상승을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감자, 콩, 사과에 든 칼륨은 나트륨 원소를 빼내 혈압을 낮추는 성질이 있다. 감자는 세계 유명 장수촌의 주식이며 사과를 많이 먹는 지역에서 고혈압 환자 발생률이 낮은 것도 이 때문이다.
◆콜레스테롤을 잡아라
콜레스테롤이나 동물성 포화지방은 혈액의 흐름을 방해해 동맥경화의 원인이 된다.보리 속에 든 베타클루칸은 수용성 식이섬유의 일종으로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더덕 속에 든 사포닌도 과다한 콜레스테롤을 배출하는 성질이 있다.
녹차의 폴리페놀은 플라보노이드 계열로, 마늘과 부추의 유황화합물과 고추의 캡사이신 등과 함께 콜레스테롤의 천적이다.
대구한의대학교부속한방의료원 성낙기 교수(특진2과)는 "약리작용이 강한 식품을 자주 먹는 것은 부작용이 전무하면서 효능은 뛰어난 보약을 먹는 것과 같은 원리"라며 "경제적 부담이 적으면서 가정에서 손쉽게 만들어 오랫동안 먹어도 탈이 없는 것이 장점이다."고 말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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