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이드림 '영혼의 노래전'…8월30일까지 주노아트

감미로운 음악으로 평화를 부르고 부드러운 붓터치로 인권을 감싼다

▲ 화가이면서 음악가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데이드림은 노근리 사건을 바탕으로 한
▲ 화가이면서 음악가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데이드림은 노근리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혼의 노래' 연작을 통해 반전과 평화를 이야기한다. (사진 폭스뮤직 제공)

화면 전체를 채운 무형의 대상. 여러 가지 도상과 함께 제시되는 이 대상은 이름도 없이 구천을 맴도는 혼령이다. 6·25전쟁, 그 비극의 초입인 1950년 7월 25일부터 29일까지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쌍굴다리 밑에서 이유 없이 죽어간 원혼들이다.

미군에 의해 발생한 노근리 양민학살사건 피해자들이 4박 5일 동안 겪은 사투와 살아남은 자들의 울분을 데이드림이 추상화로 담아낸 작업이다. 사건 발생 57년이 흐른 지금 원혼을 달래고, 이 사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데이드림(본명 연세영) 전시회 '영혼의 노래'전이 28일부터 8월 30일까지 주노아트 갤러리에서 열린다.

데이드림이 노근리 사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지난 2004년. 당시 주간지 기자였던 데이드림은 정구도 노근리대책위원회 대변인과 인터뷰를 통해 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고, "나중 3, 4년 뒤에 특별전을 해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전시는 그때의 약속을 지킨다는 소중한 의미도 담겨 있다.

사건 현장의 총탄 자국, 피해민들이 겪었을 공포를 느껴보기 위해 "태릉사격장에서 실제로 수백 발의 사격도 해봤다."는 데이드림은 "작품을 통해 '반미'를 외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데이드림이 이야기하는 것은 '인권과 평화, 인간 존엄'이다. 이를 통해 더욱 많은 사람이 노근리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특히 학생들의 역사 인식이 새로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데이드림은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간다면 "전국적인 평화문화축제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는 전국 순회전으로 열린다. 26일 청주에서 시작해 28일부터 대구에서, 8월 11일부터는 서울에서 전시회가 열린다.

국내에서만이 아니다. 오는 10월에는 호주 브리즈번에서 전시회가 예정돼 있고, 미국의 워싱턴에서도 현재 전시회 개최를 논의 중이다. "노근리 사건에 대해 아직 많은 사람이 모르고 있습니다. 세계에 알려 전쟁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싶습니다."

희생자유가족회와 기업체에서 일부 지원하지만 자비를 들여서까지 전국·해외 순회전을 열고자 하는 이유다. 데이드림은 "그동안 인연이 안 되어서 그런지 대구에서 전시회를 열 기회가 없었다. 대구에서 전시회를 꼭 하고 싶었다."며 이번 7번째 개인전의 특별한 의미를 덧붙이기도 했다. 이번 대구 전시회는 노근리 사건 추모전에 맞게 특별한 공연도 준비했다.

데이드림은 대구 개막일인 28일 오후 6시 음악콘서트를 연다. 이 공연에서 자신이 쓴 노근리 사건에 관한 서사시에 대학 선배인 시노래 가수 진우 씨가 곡을 붙여 함께 초연한다. 피아니스트이자 뉴에이지 음악 작곡가로도 활약하고 있는 데이드림의 역량을 살린 무대이다. 전시장에서는 자신이 직접 작곡한 'No Geun Ri(노근리)를 기리며…'와 '용서' 등의 곡도 감상할 수 있다.

노근리 사건에 대한 사실이 밝혀지고, 이제 곧 역사공원 조성사업도 시작되지만 사람들의 뇌리에서 멀어져 간 노근리의 참상이 시각으로, 또 청각으로 되살아나는 자리는 결국 지난 역사의 얽힌 고리를 풀어나가는 하나의 단계인 것이다. 053)794-3217.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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