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A종합병원은 최근 직영하던 구내식당과 경비업무 부서를 외주화했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조리원 등 직원 40여 명은 고용승계가 이뤄졌지만 언제 해고를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게 됐다. 대구의 한 금융기관도 금융관계 서류의 보관 업무를 아예 외주화하기로 했다. 원래 정규직이 하던 업무였지만 파견근로자에게 맡겼다가 비정규직법 시행과 함께 외주화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
#구미의 한 대기업은 생산업무를 맡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 20여 명을 그대로 비정규직으로 둘 계획이다. 그러나 정규직화를 피하기 위해 단기 계약을 하는 방법으로 비정규직을 유지하겠다는 복안을 세웠다. 결국 이 업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들은 2년 이내의 시한부 고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제기됐던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당장 계약해지를 하는 업체는 많지 않지만 상당수 업체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대신, 외주화를 하거나 단기 계약을 통해 비정규직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 이 때문에 정규직화 시한인 2년 이내에 비정규직 해고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대구노동청이 최근 대구·경북에서 근로자 300인 이상인 사업장 84곳과 금융, 판매, 숙박, 서비스 등 비정규직을 다수 고용하는 사업장 16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비정규직 고용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응답이 31%로 가장 많았다. 이는 비정규직을 2년 이내에 단기로 고용한 뒤 해고하겠다는 의미.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시한부 고용'의 굴레에 빠져들게 되는 셈이다.
비정규직을 아웃소싱 등 외주화할 것이라는 응답도 21%나 됐고, 아예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업체도 4곳이나 되는 등 전체 사업장 중 64%가 외주화나 파견근로자 전환, 비정규직 유지, 계약 해지 등을 통해 정규직화를 피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 성서공단의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성수기에만 한시적으로 고용하는 근로자를 모두 정규직화할 수도 없고 비용 부담도 적지 않아 아예 6개월~1년 단위로 단기 계약직 근로자를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면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사업장은 36%에 불과했다. 더구나 이 가운데 직무 분리제 등을 통해 고용 부담을 줄이겠다는 사업장이 12곳이나 돼 정규직화되더라도 처우나 임금 수준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비정규직을 많이 사용하는 유통업체의 경우 설문에 응한 5개 업체 모두 정규직화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대구노동청 관계자는 "일반 제조업체는 근로자의 숙련도나 교육 비용 등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쉽게 비정규직을 해고하거나 단기 계약으로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중소기업의 경우 당장 정규직화는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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