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피랍사태 장기화…외교채널 더 조여야

탈레반 무장세력에 의한 한국인 납치사건이 일어난지 벌써 12일째를 맞았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어제 "납치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며 "피해자들을 무사히 돌려보내주길 호소한다"고 발언할만큼 이번 사건은 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생존자 22명 무사 귀환이라는 모든 이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는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피랍자 석방을 위해 협상에 적극 임하는 등 동분서주해왔다. 백종천 대통령 특사가 어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면담을 가졌으나 탈레반 세력이 협상조건으로 내건 '탈레반 수감자 석방'에 대해서는 확답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의 한'미 협의에서도 아직 이렇다할 소식이 없다. 탈레반 세력이 아프간 정부와 미국 정부를 협상에 직접 끌어들이려고 심리전을 펴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양국 정부가 몸을 사리고 있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다음달 5, 6일 예정된 미'아프간 대통령간 정상회담에서 좋은 소식이 있기만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 옛 말에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관련국들의 입장을 감안하면서 한국 정부가 난관을 하나씩 뚫어나가는 방법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사태 해결에 직간접으로 관계된 다양한 채널과의 교섭에 전력을 다하는 것만이 22명의 목숨을 구하는 유일한 길이다. 외신 보도처럼 '협상 종결에 따른 무력 사용'사태에 이르지 않도록 가용 인력과 외교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도 지금이 비록 혼란스러운 상황이겠지만 동요없이 피랍자 귀환을 차분하게 기다리는 인내심을 발휘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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