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매일 1명씩 등록하는 대선 예비후보

17대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사람이 현재 80명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4월 23일 등록을 시작한 이후 매일 1명꼴로 선관위를 찾아 출사표를 던진 셈이다. 이런 식으로 등록 마감시한인 11월 24일까지 가면 예비후보가 1백 수십 명에 달할 것으로 선관위는 내다보는 모양이다. 이 같은 진풍경에 국민들은 '무슨 대통령 선거가 아이들 장난 같으냐'며 의아해 하고 있다.

이번부터 시행에 들어간 대선 예비후보 등록제도가 허술하기 짝이 없어 생겨나는 기현상이다. 2004년 선거법을 고쳐 정치신인의 참여를 확대한다는 취지에서 예비후보 등록 요건을 너무 간단하게 만들었다. 신청서, 주민등록초본 따위 서류만 갖추면 등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렇다보니 너도나도 등록만 하면 자기 이름을 박은 사무실에 간판'현수막'현판 1개씩을 내걸고 얼마든지 대통령 출마 기분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등록을 한 면면을 보면 일반국민에게 이름 석자도 안 알려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보나마나 장난삼아 등록을 했거나, 내년 총선 출마에 앞선 사전선거운동용이다. 한나라당 대선 주자 4명을 비롯해 실제 출마를 목적으로 삼는 경우는 몇 몇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난립의 밑바탕에는 정치를 깔보는 심리 또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나라고 대통령 못할 것 있느냐' 같은 심리다. 국가 경영을 책임질 최고지도자 선거가 이렇게 우스워져서는 곤란할 것이다.

정치 발전을 위해 도입한 제도지만 부작용이 만만찮다. 이름도 다 못 외울 예비후보 난립에 드는 선관위의 행정력 낭비도 심각하다. 현행 선거법은 정식 후보 등록 때는 '5년 이상 국내 거주의 40세 이상'이라는 일반 자격 외에 기탁금, 추천서 요건을 두어 무분별한 출마를 막고 있다. 그런 장치를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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