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디자인 그 가치

대중과 소통하고 대중에게 칭찬 받으며 대중의 지지를 받아야 그 가치가 상승하는 지극히 '대중스러운' 특별하지 않은 그 무엇이 디자인이다. 그러나 디자인이 이러한 대중의 지지를 받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 평범하지않은 '특별한' 그 무엇이 또 있어야 대중에게 지지를 받는 딜레마의 구조로 되어 있다. 너무 앞서가는 디자인은 대중에게 외면당하고 너무 진부한 디자인은 대중에게 멸시당하기 때문이다.

어느 한 출판사에서 '보고서 보고서'라는 부정기 간행물이 발행된 적이 있다. 해체주의적 편집방향과 기획으로 출판디자인 분야의 새로운 핵심을 그었다. 그러나 이 '보고서 보고서'는 일반적 시각의 대중들에게는 당혹스럽다.

왜냐면, 그 잡지의 편집내용과 글자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형과 왜곡이 되어 '상식'과는 통하지 않는 가치기준으로 디자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잡지는 디자인 행위를 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에게는 아이디어의 발원지가 되었고 새로운 디자인의 방향성을 넓혀 주었다.

이렇듯 디자인가치는 장구한 '소설'이 아니라 함축된 '시(詩)'로부터 흐르고 '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의 관점에서 빛을 발한다. 함축되고 뺄 거 다 빼고 남은 오직 하나가 '아이디어'가 되는 법이다. 그런데 인간은 장식욕구가 있기 때문에 그 무엇 하나만 남을 때 불안해한다.

대부분의 광고가 말이 많고 디자인이 복잡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때문에 디자인에서 '심플함'은 영원한 화두이자 결론이다. 또 하나의 디자인 가치는 '감성'이다. 이성적 접근은 물론이고 감성적 코드와의 밸런스가 관건이다. 한 예로 최근 삼성의 기업광고가 '세계제일'에서 '고맙습니다'로 디자인의 흐름이 감성으로 바뀌고 있다. 어느 순간 아주 미세한 차이로도 그 가치가 빛날 수 있으며 또한 반대로 노력한 결과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를 전하는 말에서 '두서너 개' 또는 '두어 개'라는 말이 있다. 이러한 말들은 서양의 가치기준에는 애매하고 모호한 수의 개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두 알아들을 수 있는 말들이며 이렇게 말하는 사람에게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다.

앞으로 우리 디자인은 이러한 감성적 접근과 소통되어 살 냄새 나는 관점에서 보는 것이 차라리 정확하고 인간적이며 편하다. 디자인은 꼭 현실성이 있어야만 그 가치를 지니지는 않는다. 미래를 감지하고 보다 개인적인 생각이 깊은 디자인에도 배려할 줄 알고 그 가치를 인정해 주는 사회구조가 형성되어야 디자인의 가치를 인식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박병철(대구대 조형예술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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