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토요휴업일에 논술수업을 실시한다.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4시 30분이 되어야 끝나는 긴 수업인데 대부분은 학생들의 토론으로 이루어진다. 이때 학생들의 주장은 주어진 논제의 표피만을 건드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배경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약점은 논술문을 작성할 때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학생들이 쓴 논술문을 보면 분량이 모자라는 경우가 상당수이다. 주장만 있고 그 주장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통합교과논술로 논술의 유형이 바뀐 다음에 더욱 중요해진 것이 바로 주장에 대한 적절한 논거의 설정이다. 거기에 논술문의 성패가 걸려 있다.
논거는 다양한 배경지식의 습득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논술과 독서의 상관성이 여기에서도 드러난다. 독서를 많이 한 학생들은 배경지식이 풍부하다. 그러한 배경지식을 주장과 연결하여 적절한 논거로 활용하는 논리력은 갖추어야 하겠지만 일단 독서를 많이 한 학생들은 논술을 잘 하기 위한 기본적인 능력을 지닌 셈이다. 그러면 이미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는 학생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사실 고3 학생들만 아니라 고1, 고2 학생들도 독서를 할 시간이 거의 없다. 정규수업이 끝나면 방과후 보충학습, 자율학습, 학원 등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학생들이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그것이 바로 수능 언어영역 문제집이다. 어떤 문제집이든 관계없다. 일단 언어영역 공부를 하면서 비문학 지문을 이전보다 관심을 가지고 읽을 필요가 있다. 논술을 위한 배경지식과 가장 관련이 깊은 영역은 바로 비문학 영역이다. 비문학 지문을 읽다가 논술에 활용할 만한 지문을 발견하면 그 핵심 내용을 논술 노트에 기록하면 된다. 어차피 언어영역 공부를 하는 것이니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 학교 논술반 학생이 작성한 논술 노트의 내용을 조금만 훔쳐서 보자.
☆ 지문 체크
중종반정이라는 역사적 전환점에서 조광조가 택한 '개혁'이라는 이름의 정치적 결단이 일부 반대 세력에 의해 좌절되었으나 그의 정치적, 학문적 업적은 후대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순한 형평이 아니라 전체적인 균형을 이루면서 높은 수준으로 이끌어 올리는 '융평(隆平)'이 조광조 개혁의 핵심이며 조광조는 그것을 통해 요순시대와 같은 아름다운 태평성대를 만들려고 했다.
☆ 출처 : , 00출판사, 언어영역 종합편, 168, 169쪽
☆ 논술 체크 : ① 개혁의 어려움과 관련된 다양한 생각들 ② 보수와 진보의 갈등과 그 해결책 ③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의 대립 ④ 형평과 융평
이 정도면 멋진 논술노트가 아닌가? 지면 관계로 지문 체크의 내용을 좀 줄였지만 학생들이 고등학교 1학년부터 이런 방식으로 논술 노트를 작성해간다면 배경지식에 대한 약점은 많은 부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논술은 이렇게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논술수업의 방법론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교사들의 관심과 다양한 사회적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학생들의 노력과 열정이다.
한준희(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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