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창당 코앞인데도 노선 없는 범여신당

지난달 24일 출범을 선언한 범여 신당(가칭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이 정파 간 지분 싸움으로 시끄럽다. 시민단체 이름으로 합류한 미래창조연대가 기존 정치권 출신과 1대 1로 당 지분을 나누자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말하자면 내년 총선 공천의 50%를 자신들 몫으로 보장하라는 얘기다. 본래 이들은 순수한 시민사회의 대표성을 띠고 참여한 것이 아니었다. 현 정권에 발을 담그고 정치적으로 지냈던 터였기에 통합신당 포장용으로 끝나고 말 사람들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이들이 구태 정치를 빼닮든 말든 굳이 나무랄 것도 없다.

단지 한심해 보이는 것은 중앙당 창당대회(5일)가 코앞인데도 지분 싸움 때문에 당의 기본 골격조차 못 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에게 제시할 정강'정책, 당헌'당규 같은 당의 비전과 노선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신당에 참여한 4개 정파가 관심을 두는 것은 오로지 밥그릇 싸움이다. 창당을 불과 나흘 앞둔 시점에서 이 모양이니, 이들에게서 기존의 정치 질서를 뛰어넘는 새로운 모습은 죽었다 깨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시간에 쫓기면 열린우리당을 적당히 베끼는 수밖에 더 있을까 싶다. 만일에 그러한 정강'정책이나 당헌'당규를 내놓고 신당이라고 한다면 국민을 두 번 우롱하는 짓이다. 신당 참여 국회의원 90% 이상이 열린우리당 출신임에도 '도로 열린우리당' '위장 폐업'이 아니라고 우기고 있는 터 아닌가. 하기야 창당의 명분과 원칙을 단지 대선과 총선에 두고 있는 급조 정당이 가는 길은 매사가 날림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정당이 나눠먹기 싸움으로 날을 지새우는 것 또한 갈 데 없는 본 모습이다.

다만 신당에 주문하고 싶은 것은 '역사상 최초의 시민정당 출현'이니 '한국 정치사가 새롭게 쓰여졌다'느니 하는 허풍을 치지 말라는 것이다. 안 그래도 이 정부의 현란한 말솜씨에 피곤한 마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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