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영화 부흥 된다! 될까?…'디 워' 개봉

'저 정도 영화, 돈 내고 봐줘야 하지 않겠어?'

영화 '디 워(D-War)'의 예고편을 보면서 한 관객이 한 말이다. 이는 '디 워'를 바라보는 한국 관객들의 심정을 응축한 말이다. '용가리'의 감독 심형래에 대한 '반신반의'하는 마음은 있지만 그래도 훌륭한 수준의 컴퓨터 그래픽과 미국 전역을 겨냥하는 규모 덕분에 애국심이 은근히 발동하기 마련이다.

1일 영화 '디 워'가 드디어 막을 올렸다. 그간 여러 가지 기대와 우려 속에 개봉을 한 '디 워'가 한국영화 부흥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된다!

제작기간 6년, 순수제작비 300억 원, 엑스트라 2만 4천800명, 차량 120대 폭파, 미국 1천700개 스크린 개봉….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 워'가 세운 기록이다.

우선 SF 블록버스터에서 가장 중요한 '볼거리'가 화려하다. 영구아트의 CG 기술과 스케일은 기대 이상이다. 러닝타임 90분 동안 길이 200m에 달하는 이무기의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도심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는 장면은 최고의 CG 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 여의주를 두고 벌이는 용과 이무기의 결전은 손에 땀을 쥐며 영화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여기에 영화 '트랜스포머'의 음악감독 스티브 자브론스키, '콘에어'의 편집자 팀 앨버슨, '다빈치 코드' '스파이더맨'의 색보정 담당 E필름 등 할리우드 최고의 스태프들이 참여해 심혈을 기울인 후반작업은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최근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12세 관람가 등급을 판정받아, 흥행에 청신호가 켜지기도 했다.

'디 워'가 미국 전역에서 개봉한다는 점 또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다. 미국 배급사 프리스타일을 통해 1천700여 개 스크린에서 개봉하며 일본에서 올 연말께 500여 개 스크린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개봉 규모는 한국영화의 미국 최다 스크린 개봉 영화인 '괴물'의 100여 개 스크린의 15배에 달한다. 게다가 미국 흥행 여부에 따라 전 세계 개봉을 추진하고 있어 한국 관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개봉일인 9월에 특별한 경쟁작이 없는 것도 호재로 꼽힌다. '디 워' 개봉일로 잡은 9월 14일에 막을 올리는 와이드 릴리즈 영화는 모두 5편. '브레이브 원' '미스터 우드콕' '이스턴 프라미시즈' '실크'와 '디 워'다.

이들 중 SF 액션 장르는 '디 워'밖에 없다. 거액의 제작비를 들인 할리우드 액션이나 인기 블록버스터 시리즈를 피했다는 점에서도 '디 워'의 선전을 점칠 수 있다.

미국 내에서도 기대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 영화사이트 '시네마블렌드'(cinemablend.com)가 기대지수를 평가하는 '익사이트오미터'(EXCITE-O-METER)에서 '디 워'에 4점(5점 만점)이란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블록버스터 '슈렉 3'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 '판타스틱 4-실버서퍼의 위협' 등이 '디 워'와 같은 4점을 받았고, '오션스 13'은 3점에 머물렀다.

▨ 될까?

관심이 많은 만큼 악재도 없지 않다. 최근 불거진 심형래 감독의 가짜 학력 논란이 대표적이다.

심 감독의 학력은 포털사이트나 각종 언론사사이트 인물 정보와 자신의 저서 등에서 고려대 식품공학과 출신으로 기재됐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것. 유명인사들의 학력 위조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영화 '디 워'를 앞두고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또 포스터가 표절 논란에 빠졌다. 홍콩 괴수 영화 '대사왕' 비디오 미국판 포스터를 표절했다는 것. 일부 네티즌들은 "이무기와 뱀이 또아리 튼 모습까지 똑같다"며 늦게 나온 '디 워'가 '대사왕'을 따라한 것 같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디 워'의 배급사인 쇼박스 측 관계자는 "금시초문이다. 영화의 한 장면일 뿐이다"며 표절 의혹을 일축하는 등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감독 심형래에 대한 평가절하도 분명 존재한다. 최근 심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디워'에 대한 평가에 대해 "스티븐 스필버그나 조지 루카스가 만들면 (영화를) 보기도 전에 최고의 영화같다고 생각하는데 심형래가 만들면 일단 (평가를) 40% 깎는다"며 "'우뢰매'나 '영구와 땡칠이'를 만든 감독이 얼마나 만들었는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디 워'의 흥행에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스토리. 영화 시사회 이후 '특수효과는 좋은데 스토리는 아쉽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특수효과가 이야기나 캐릭터와 유기적인 관련을 맺고 있지 못한 점과 윤회설로 이어지는 스토리는 동떨어진다는 것. 대부분의 리뷰가 비슷하게 나오고 있어, 볼거리보다 스토리에 비중을 두는 관객이라면 실망을 할지도 모르겠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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