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제대 후 복학한 경북 모전문대 학생 A씨(23)는 수능 공부를 다시 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지난해 학생 모집이 제대로 안 돼 A씨가 다니던 학과가 폐과를 하기 때문이다. 학과 교수도 5명에서 3명으로 줄었고, 향후 3, 4년 동안 학과를 존치해 수업은 계속하지만 제대로 졸업해 취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북 B전문대는 최근 수시2학기 입시 홍보비를 둘러싸고 홍역을 치렀다. 지역별 담당을 맡은 교수들이 원거리 실업계 고교를 방문, 홍보하는데 하루 비용이 3만 원만 책정됐기 때문. 교수들은 "충청도, 강원도까지 가서 학생 모집을 해야 하는데 '밥값'만 받아서야 되겠느냐."고 불평했다.
지역 전문대의 교수, 직원 할 것 없이 학생모집에 동원되는 바람에 교육, 연구, 학생취업 등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교육·연구는 뒷전
대다수 전문대가 입시에 목을 매면서 새 학기가 시작돼도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학과가 많고, 연구나 실험·실습에 전념하는 교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경산 C전문대 한 교수는 올초 컴퓨터 등 기자재를 확충해달라고 대학본부에 요청했다 심한 질책만 당했다. 본부 측은 지난해 연말 입시박람회 실적이 부진한데도 '돈'만 쓰려 한다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경북 북부지역 D전문대 교수는 "5월부터 수시 1학기 모집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수업을 중간 중간 빼먹을 수밖에 없고, 학생들도 어느 정도 이해한다."며 "그나마 예전에는 여름방학 동안 전공과목 연구를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학생모집 때문에 여름과 겨울방학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대는 특정학과 학생모집 등이 어려워지면서 '프로젝트 교수' '강의전담 교수' 등 명목으로 교수를 뽑아 1년 또는 2년 단위 계약을 맺은 뒤 폐과가 될 경우 계약을 해지하는 행태도 되풀이하고 있다.
◆폐해는?
전문대가 학생 충원에 '올 인'하면서 나타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교육의 '질 저하'다. 상당수 교수들이 학생모집을 위해 전국을 다니며 입시홍보를 하느라 교육·연구에 눈돌릴 틈이 없고, 대학 측도 연구 지원보다는 학생모집에 따른 승진, 인센티브, 성과급 등을 제공하면서 이를 유도하고 있다.
지역 E전문대 한 교수는 "교수 능력평가가 연구논문이나 실험, 프로젝트 수주, 수업의 질보다 학생모집에 따라 주로 이뤄지는 대학이 많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구 한 전문대 학장은 "등록금 의존율이 70%가량인 상태에서 학생모집이 되지 않으면 인건비 등 기본경비조차 지급할 수 없기 때문에 학생 충원율은 대학의 존폐와 직결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 전문대를 빼놓고는 학생들의 취업이나 졸업 후 진로에 대해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부실한 교육여건 속에서는 제대로 된 전문인력을 만들 수도 없다. 학생들도 전문대를 다른 과정으로 옮겨가기 위한 과도기 과정으로 볼 뿐, 학교에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한 전문대 교수는 "학교가 모집에만 신경을 쓸 뿐, 취업과 졸업 후 진로에 그리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전국에서 모집해온 학생들의 경우 자질이 그리 높지 않은 것도 한 원인"이라고 했다. 상당수 전문대가 경쟁력 부재와 신입생 부족의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 전문대학 교수님은 '학생모집 세일즈맨'
▷1월 정시모집 ▷2월 정시 추가모집 ▷3월 초 이탈 학생 관리 ▷3월 중순~4월 초순 입시계획 및 전략 수립, 입시 대책회의 ▷5월~7월 초 실업고 집중 방문(목표 50개 고교) ▷7월 수시1모집 ▷8월 중순 수시2모집 준비 ▷8월 말~9월 초 실업고 집중 방문(목표 70개 고교) ▷9~11월 수시2모집 ▷11월 중순~12월 초순 실업고 및 인문고 집중 방문(목표 70개 고교) ▷12월 중순 정시모집.
지역 전문대 A교수의 입시 관련 개략적인 연중 계획표다. 이 교수는 "전문대 교수 상당수는 학생모집에 관한 한 '연중무휴'"라며 "학생모집이 연중 이뤄지는데, 모집기간 한두 달 전부터 발에 땀이 날 정도로 뛴다."고 했다.
이 때문에 지역 실업계 고3 담임교사들은 1인당 연평균 60차례, 인문계 교사들은 20차례 정도 전문대 교수들과 맞닥뜨려야 한다. B전문대 입학처장은 "각 전문대는 입학처를 중심으로 전체 교수의 70~80%가 학생모집에 내몰리고 있는 형편"이라고 했다.
학생모집이 어려워지면서 홍보지역도 대구·경북을 넘어서 부산, 경남, 울산, 심지어 수도권, 충청도, 강원도까지 확대되고 있다. 결국 지역 고교는 해당학교 출신 교수들이 입시홍보를 전담하고, 타 지역의 경우 교수마다 지역 담당을 정해 홍보에 나서고 있다.
덩달아 입시홍보비도 크게 늘었다. 고속국도 통행카드, 사무·등산용품 등 1만~3만 원대는 기본이고, 7만~8만 원짜리 고가 홍보물품도 내놓고 있다. 대구 C전문대 한 교수는 "각 전문대가 고교 방문을 위해 사용하는 공식 홍보비는 평균 연간 5천만 원, 많게는 1억 5천만 원까지 투입한다."고 했다. 여기에다 홍보 물품, 계열(학과)별 홍보비, 인쇄물 등 광고를 제외한 연간 홍보비는 대학별로 5억~10억 원이라고 한다.
김병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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