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뮤지컬 시장의 끝은 어디인가?
지난해 뮤지컬 시장의 규모는 1천500억 원이었다. 2002년 이후 5년간 연평균 38%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결과다. 2008년에는 3천억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객 수는 2005년에 벌써 300만 명을 돌파했다. 대형 수입뮤지컬 공연의 폭발적인 증가와 장기 공연을 통한 흥행몰이로 꾸준히 관객층을 확보한데다, 소득 증가와 문화적 욕구가 만나 유례없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 대구가 그 한중심에 서 있다. 대구도 2003년 '캣츠'를 필두로 '미스 사이공' '맘마미아' '렌트' '그리스' '시카고' 등 외국 수입뮤지컬과 창작뮤지컬 '대장금' 등 서울을 제외하고는 가장 뮤지컬 열기가 뜨거운 도시로 급부상했다. 어느 사이엔가 대구가 한국공연산업계의 큰손(?)이 되어 버렸다.
아울러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게 대구에서는 뮤지컬만의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대형공연물들이 대구는 피해가던 때를 상기해보면 상전벽해의 변화이다. 이런 변화의 물줄기는 이제 어느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문화현상으로,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대세로 굳어진 느낌이다.
이처럼 자의든 타의든 이미 한국공연예술계의 커다란 변혁과 실험의 중심이 되어 버린 대구의 공연시장에 대해 지금이야말로 '어디에 있어야 하며, 어떻게 있어야 하고, 어떤 방향으로 물꼬를 터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이러한 고민은 창작뮤지컬 생산을 통해 한국뮤지컬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한국공연계 전체에도 적용이 될 수 있을 만큼, 이제는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닌 한국공연계 전체의 방향성과 직결되는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창작뮤지컬의 생산을 통한 새로운 방향성 없이는 국내 뮤지컬시장 전체가 사상누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구가 나아갈 방향인 뮤지컬로 대표되는 공연산업시장은 유리상자처럼 깨어지기 쉬운 상태이다.
올해 국내 뮤지컬계의 최대의 화두는 50억, 60억의 거액을 투자한 두 편의 창작 뮤지컬이다. 바로 TV드라마를 뮤지컬로 바꾼 '대장금'과 차범석 선생의 '산불'을 원작으로 재탄생한 '댄싱 새도우'이다.
이 두 편의 뮤지컬은 '명성왕후' 이후 외국 직수입뮤지컬과 라이선스뮤지컬을 바탕 삼아 급성장한 국내뮤지컬계가 자립적 기반을 확충하고 세계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내놓은 야심찬 프로젝트이다. 날로 치솟기만 하는 직수입과 라이선스뮤지컬의 로열티 등 현실적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우리뮤지컬의 세계화와 함께 변방소비국을 벗어나야 한다는 절박함이 저변에 있는 것이다.
이런 절박함이 창작뮤지컬의 발전만이 나아갈 길이라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변화와 도전 속에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대구뮤지컬계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궁극적으로 대구를 공연산업계의 허브 도시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창작뮤지컬활성화를 위한 기반형성과 인적·물적 인프라 확충에 고민해야 한다. 대구에는 뮤지컬과 관련된 많은 학과가 있다. 하지만 막상 이 자원들은 준비된 자원이 아니다. 이 인적자원들이 무대에서 경험을 쌓아 배우로 성장하기 위한 터전이 마련되어야 한다.
작가·작곡가 등 크리에이티브군과 연기자 양성프로그램도 필요하다. 그리고 대극장뿐만이 아니고 소극장뮤지컬도 활성화해야 한다. 70, 80년대의 작은 공간에서의 실험들이 오늘 한국공연예술계의 밑바탕이었던 것처럼 도전과 실험을 통해 더 큰 무대로의 성장을 가져와야 한다.
물론 뮤지컬 전용관도 필요하다. 브로드웨이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웨스트엔드에서 레미제라블을 각각 21년과 22년간 공연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던 것도 전용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구에 전용관이 있어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찬성하지만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할 것이다.
무대할당제 같은 제도를 시행해 수입뮤지컬과 창작뮤지컬, 서울과 대구에서 생산된 뮤지컬의 균형적인 공급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안방마저도 내어주는 상황이 예견되기 때문이다.
현재 대구는 뮤지컬을 활발하게 무대에 올리는 뉴욕의 브로드웨이, 런던의 웨스트엔드, 일본의 몇몇 도시, 그리고 서울의 대학로 다음으로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큼 뮤지컬 열기로 가득 차 있다. 이 열기를 지속시킬 수 있는 활발한 논의 구조가 형성되고, 이를 토대로 인적·물적 인프라를 확충해, 대구가 뮤지컬 창작 생산기지가 되고, 한국 공연산업의 허브기지로 하루빨리 탈바꿈하기를 기원한다.
이상원(뉴컴퍼니 대표·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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