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포츠 인사이드)차기 감독과 납득할 수 있는 축구

핌 베어벡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사퇴 의사를 밝힌 후 후임 감독 인선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올림픽 대표팀 감독에는 홍명보 코치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한 반면 국가대표팀 감독에는 감독 이동 시즌이 아니어서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그 와중에 전란의 어려움 속에서 이라크를 처음으로 아시안컵대회에서 우승시킨 브라질 출신 조르반 비에이라 감독이 대한축구협회로부터 감독직 제의를 받았다는 외신 보도가 나돌고 프랑스의 스타 출신이었던 장 피에르 파팽의 기용설도 거론되고 있다. 축구 스타 박지성은 31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국내 축구의 시스템이 유럽에 미치지 못한다며 국내파 감독 보다는 아직은 외국인 감독이 낫다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축구대표팀 감독의 조건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선수들을 장악하는 카리스마, 유능한 코치진의 구성 및 활용, 전술 전략 운용, 원칙적이고 공정한 경쟁을 통한 동기부여, 참모진 및 선수들과의 의사소통 능력 등이 그것이다. 2002년 월드컵때 한국을 4강으로 끌어올렸던 거스 히딩크 감독은 이러한 능력들을 두루 갖춘 명장의 전형적 인물이다. 그 이후 움베르토 코엘류(포르투갈), 요하네스 본프레레(네덜란드) 감독은 실패했고 딕 아드보카트(네덜란드) 감독은 2006독일월드컵에서 '원정 첫 승'으로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아드보카트의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았던 베어벡(네덜란드) 감독은 참모 시절 치밀한 전술을 조언, 일급 참모로 평가받았으나 아시안컵대회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기 내용과 성적으로 중도 사퇴하고 말았다.

아시안컵대회에서 한국 축구는 지지 않는 끈끈한 경기를 펼쳤으나 공격력의 부족으로 비난을 받았다. 우선, 한국 축구의 특징으로 여겨졌던 빠른 공격이 사라졌다. 상대 공격을 차단하면 최대한 간결하게 공격에 나서야 했으나 후방 패스를 남발하면서 공격 속도를 잃어버렸다. 공격 시 상대 선수들을 제치고 나아가기 위한 드리블 및 돌파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약했고 중앙 침투 패싱 능력도 부족했다. 이렇다 보니 측면 공격 위주로 공격이 전개됐는데 크로스의 부정확성은 답답함만 더했다. 베어벡 감독은 공·수의 균형을 이루며 경기를 지배하고 측면 공격을 강조했으나 패스의 정확성, 볼 트래핑 및 간수 능력이 떨어지는 등 선수들이 기본적이면서도 세밀한 기술이 약해 좋은 경기를 보이지 못했다.

후임 감독이 누가 되든 축구 팬들의 기대는 한결 같을 것이다. 한국 축구 특유의 빠르면서도 다양한 공격으로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경기를 펼치는 것이 그것이다. 청소년 대표팀이 20세 이하 월드컵대회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팬들의 박수를 받은 것은 좋은 공격력을 보여 팬들이 납득했기 때문이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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