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10시쯤 대구 남구 대명9동 안지랑네거리 인근 '곱창골목'. 주택가를 가로지르는 2차로 도로를 따라 조성된 곱창가게 40여 곳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다닥다닥 붙어앉은 손님 수백 명이 큰 소리로 웃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가게 밖에 내놓은 테이블 곳곳에는 곱창을 굽는 뿌연 연기가 피어올랐다.
반면 곱창골목과 인접한 주택들은 무더운 날씨에도 문을 꼭꼭 닫고 있었다. 밤마다 거듭되는 소음과 냄새를 견디지 못한 탓이다. 곱창골목에서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원룸이나 빌라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인근 한 주민은 "열대야 때문에 문을 열고 싶지만 음식 냄새와 소음 때문에 창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이뿐 아니라 골목을 점령한 차들 때문에 통행 등 불편도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택가와 인접한 곱창, 막창가게들로 인근 주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열대야로 잠 못 드는 밤이 계속되고 있지만 소음이나 음식 냄새 때문에 창문조차 열지 못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
안지랑 곱창골목의 경우 남구청이 먹을거리 명소로 조성하기로 한 뒤에도 주민들의 민원은 계속되고 있다. 남구청은 지난 4월 이 일대의 인도를 정비하고 번영회를 통해 경비원을 고용, 소음이나 소란, 교통 소통 방해 등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의 불만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인근 지구대 관계자는 "주로 시끄럽고 냄새가 난다는 주민들의 민원이 많다."며 "취객들의 싸움이나 고성 탓에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막창·곱창가게 10여 곳이 밀집한 남구 대명11동 서부정류장 인근도 사정은 비슷하다. 냄새와 소음은 물론, 주택가 골목은 도로 가에 내놓은 테이블과 주차된 차들로 통행조차 불편할 정도. 주민 송모 씨는 "공영주차장이 있는데도 골목에 차를 대는 경우가 적지 않아 사고 위험까지 높다."며 "구청에 정비를 해달라는 민원을 수차례 제기했지만 알았다는 말만 할 뿐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고 불평했다. 이 같은 주민들의 고통은 경북대 북문 부근이나 칠곡, 북구 칠성동 오페라하우스 주변, 동구 방촌동 등 막창가게가 모여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계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 남구청 관계자는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단속만으로는 역부족"이라며 "영업을 막을 수는 없어 고성을 자제하도록 하거나 통행에 불편을 주지 않도록 자체 정화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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