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변호사 숫자를 늘린다면…

로스쿨법이 통과되고 나서 변호사의 숫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 같은 주장의 논리적 근거로는 지금보다 변호사의 숫자를 더 늘리면 법률 서비스의 질도 개선되고, 값싸게 전문적인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법치사회의 정착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일부 타당한 점은 있다. 그러나 변호사 숫자의 증가가 변호사의 보수인하와는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최근 미국의 OJ 심슨사건이나 화이트워터사건 등 천문학적 보수를 지급한 사건에서도 쉽게 알 수가 있다. 나아가 변호사협회 자체조사에 의해서도 최저 소득점 이하의 보수인하는 어렵고, 도리어 일부 인기 변호사의 보수가 올라갈 확률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보다도 그 같은 주장 속에는 변호사 숫자 증가에 수반되는 부작용에 대한 고려가 없는 점이 너무나 아쉽다. 먼저 변호사 수가 증가하게 되면, 최초에는 의료·언론·교육·소비자 부문의 소송이 증가되고, 이어서 다른 분야로 소송이 급격히 전파된다고 한다.

즉 이제까지 학교에서 시험성적을 잘못 채점한 것이나, 어느 학생을 편애한 것 정도의 사건을 소송으로까지 해결하지 않았는데, 그런 분야가 소송의 영역으로 들어온다고 한다. 또한 최근 미국의 예처럼 사소한 바지 수선 잘못에 대해 수십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거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이 생기면 결국 소송의 상대방은 변호사 비용을 지출해야 하고, 그 소송으로 인한 고통을 함께 져야 한다. 다시 말하면, 소송의 증가(남발)로 인해 국민이 추가로 비용과 시간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며, 이제까지 관행 등으로 넘어가던 분야들이 결국에는 법정에서 분쟁해결 형식으로 종결되는 삭막한 세상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미국 등에서 벌어지고 있듯이 간단한 주택임대차 계약서도 변호사가 개입되어 수백 쪽의 문서를 만드는 바람에 일반인이 변호사의 도움 없이 임대계약도 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한 분야는 앞으로 고용계약 등 사회 곳곳에서 이루어질 것이고, 이로 인한 비용도 국민이 추가 부담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앞서의 일보다 더 무서운 것은 속칭 '마피아로이어' 라는 것이다. 마치 마피아가 기업을 사냥하기 위해 조직원을 상대방 업주에게 보내 여러 방향으로 협박한 후 기업을 빼앗듯이, 기업이 경쟁기업을 누르고 상대방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하여 변호사를 고용하여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하는 일이 우리 사회에 만연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같은 현상이 초기에는 대기업 등에서 시작되겠지만 점차 전 부문으로 퍼져 결국 조그만 구멍가게도 그와 같은 경쟁에 나설 것이고, 그렇다면 결국 그 상대방도 공격을 방어하기 위하여 변호사를 고용하는 웃지 못할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변호사비 지출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고, 여차하면 사회 각 부문이 변호사들로 인해 국가 및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미 이와 같은 부작용은 미국 등 변호사 과다 배출국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겪고 있는 일이다.

결국 변호사는 적정 수를 초과한 배출이 이루어질 경우 국민에게 가해지는 고통은 증가된 변호사 숫자보다 몇 배가 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경제 규모와 국가 상황에 맞게 변호사를 적절하게 배출해야 하는 중요성은 그야말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칠 수가 없는 문제이다. 예로부터 '過猶不及'(과유불급)이라는 말도 있지 않았는가? 정말 잘 생각해 볼 문제이다.

권준호(변호사·대구변호사협회 공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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