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장 리뷰)대구오페라하우스 관장은 누구?

고액 연봉·임기보장 내정설 나돌아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대구오페라하우스 관장으로 서울의 모 대학 교수가 사실상 내정됐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구시의 면접심사가 지난달 26일 있었는데, 이미 그 한 달 전부터 흘러다니던 내정설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런데 이번 우려는 문화예술계의 고질적인 헐뜯기라고 간단히 치부해 버리기에는 석연치 않는 점이 적지 않다. 내정설의 주인공은 우리나라 대표적 문화예술대학의 교수. 하지만 이 교수가 만일 대구로 오게 된다면, 그가 몸담고 있는 대학의 오페라과에는 전공교수가 한 명도 없게 된다는 것이다.

오페라 분야를 강의하던 겸임교수 한 명도 올해 안에 겸임교수 자리를 그만둘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구오페라하우스 관장 자리가 아무리 마음에 든다고 하더라도 제자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쉽사리 교육자의 길을 버리기 어려운 것이 통념이다.

물론 대구의 입장에서 '훌륭한' 사람이 대구오페라하우스와 한국 오페라 발전을 위해 힘들게 대구행을 결정했다면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이 같은 감사의 마음은 내정자가 전임 관장의 배가 넘는 연봉과 임기 6년 보장을 요구했다는 설을 접하면 의구심으로 바뀐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내정자가 고액의 연봉과 임기보장을 요구했다는 소문은 사실무근이라고 펄쩍 뛰고 있다. 다만 유능한 인물을 '모셔오기' 위해 개방직에서 '계약직'으로 바꾼 만큼, 행정자치부가 승인하는 최대한의 연봉을 주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 담당자는 또 전임 관장이 오페라하우스 시스템 구축에 주력했기 때문에 후임 관장은 자체 기획과 창작 기능을 높일 수 있는 인물이 요구된다면서, 오페라 연출을 전공한 내정설의 주인공이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오페라 연출과 기획은 관장이 직접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전문가에게 위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문화예술계의 상식에 비춰볼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군다나 면접심사에서 전문가 위원들은 내정설의 주인공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그런데도 시는 "지역 오페라와 음악계를 너무 걱정하는 분들로 전문가 위원을 구성했기 때문에 긍정적 평가보다 부정적 의견이 많았던 것 같다."며 심사결과에 관계없이 내정설을 기정사실화 할 태세이다.

문화예술인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1, 2차 공모가 대립과 갈등으로 관장 선임에 실패했고, "대안이 없다."는 시 관계자의 하소연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 나온다'는 속담이 있듯,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조금 여유를 두고 쉬어가는 것도 방법이다. 지금껏 10개월 가까이나 비워둔 관장 자리가 아닌가.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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