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해가 일본해로…잘못된 영문 교재 많다

초·중·고·대학교재까지…7종 중 6종이나

올 겨울방학 때 단기 어학연수를 위해 호주로 갈 예정인 김모(14) 군은 생활영어에 도움이 된다며 과외교사가 추천해준 그림 사전을 보다 화가 치밀었다. 3천여 단어를 그림과 함께 수록한 중급자용 사전인 옥스퍼드 그림사전(옥스퍼드대 출판사 제작) 125쪽에 실린 지도에 동해가 '일본해(Sea of Japan)'라고 표기돼 있었던 것.

영문 원서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고 있는 가운데 초·중·고생용 교재를 포함해 대부분의 원서에 실려있는 지도에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

대구 중구의 한 영문원서 전문서점에서 영어교과서나 교재로 쓰이는 책 중 지도가 나와있는 7권을 확인한 결과, 단 한 권만이 동해를 일본해와 병기했을 뿐 나머지 6권은 모두 일본해로 표기돼 있었다. 심지어 한국인이 번역을 맡은 한영 그림 사전의 경우 영문원서를 그대로 번역, 한글로 '일본해'라고 표기해두고 있었다.

서점주인 변혜숙(46·여) 씨는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의 경우 교재에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돼 있으면 놀라는 것은 물론, 화를 내기까지 한다."며 "이렇게 많은 책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줄은 미처 몰랐다."고 했다. 서점 입구에 붙어 있는 세계지도에 동해가 일본해로 적혀있자 서점에 왔던 초교생들이 Japan을 Korea로 바꿔놓기까지 했다는 것.

대학생용 교재도 예외가 아니다. 경북대에서 올해부터 초급영어회화 교재로 사용하고 있는 책자(Cutting Edge)의 48쪽 일본 편에는 일본지도와 함께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었다. 이 교재는 부산외고를 비롯해 서울지역 대학 등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이 책 외에도 영국이나 미국 등 현지에서 출판된 교재들 중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경우가 많고 특히 초·중·고생들이 보는 영문원서에 이 같은 표기가 눈에 띄게 많다는 것.

이에 대해 한국바로알리기 민간기획단 '반크(VANK)'는 잘못된 표기에 대해 지속적으로 수정 요청을 하지 않으면 해외 출판물들의 경우 계속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만큼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박기태 반크 교육담당책임자는 "2001년부터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미국, 영국, 호주 등 1천여 출판사에 수정을 요청, 310곳에서 동해와 병기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국내에서 사용하는 교재라면 교사나 학원 강사들이 충분히 제보해줄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대처로 잘못된 표기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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