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추억여행] 아이들의 여름날은 매미소리와 함께 시작됐다

지난주에 지리산 국립공원에서 불법으로 곤충채집을 한 60대 일본인이 경찰에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다. '곤충채집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는 보도였다. 그 옛날 여름방학 숙제의 백미는 곤충채집이었는데 말이다. 당시 문교부에서 권장(?)하던 곤충채집이 이젠 불법채집이 되어버렸다. 다행히 요즘엔 시대착오적인 곤충채집을 숙제로 내는 선생님은 없다. 따라서 요즘 아이들은 곤충채집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곤충채집에 대한 추억은 없으리라. 우리 쉰 세대만이 갖고 있을 곤충채집에 대한 추억을 포충망으로 채어 보자.

느티나무에서 털매미가 하루 종일 맴맴거리며 운다. 동네 조무래기들이 날을 잡았다. 긴 장대에다 모기장을 두른 매미채를 들고 매미잡이를 나섰다. 매미채의 길이가 제 각각이다. 제 키보다 조금 더 큰 매미채에서 가느다란 꼬챙이처럼 긴 매미채들이 총출동되었다. 요즘처럼 문방구에서 파는 매미채가 아니라 집에서 만든 매미채였다. 낡은 대바구니에서 얇은 댓살을 뽑아 장대 끝에 둥그렇게 엮어 모기장으로 홀 채를 만들었다.

아이들은 동네 앞 느티나무 앞에 모두 모였다. 매미채들이 서로 키재기를 했지만 매미 잡이는 쉽지 않았다. 매미들은 느티나무 꼭대기에서 울어 제꼈다. 한 녀석이 꾀를 내었다. 조무래기들이 고무신을 일제히 느티나무 꼭대기를 향해 쏘아 올렸다. 열댓 개의 고무신들이 포물선을 그리며 대포질을 하였다.

고무신 대포를 맞은 매미들이 쏜살같이 느티나무를 탈출했다. 매미들이 어디로 도망가는지 조무래기들의 감시 레이더가 급히 돌아갔다. 매미들은 멀리 날아가지 않는다는 습성을 이용한 꾀쟁이들의 매미 잡는 방법이었다.

동네에서 제일 오래된 느티나무 옆으론 새끼 느티나무들이 많아 매미들이 그쪽으로 도망쳐 다시 울기 시작했다. 느티나무의 가장 낮은 가지에 올라타서 정확히 홀 채로 매미를 잡아채었다. 그렇게 수많은 매미들이 아이들의 제물이 되었다. 맴맴거리는 소리를 들으려고 매미의 배를 손가락으로 문지르면서 놀기도 했다.

매미를 얼추 잡고나면 잠자리잡이가 시작되었다. 역시 둥글게 만 댓살에다 거미줄을 걷어 거미줄 잠자리채를 만들었다. 거미줄은 각시거미줄보다 왕거미줄이 최고였다. 왕거미줄은 힘센 매미가 걸려도 못 빠져나올 만큼 찐득거렸다.

잠자리잡이는 매미잡이보다 훨씬 수월했다. 잠자리는 옥수숫대에 많이 앉아서 놀거나 아니면 논에 벌레를 잡아먹기 위해 많이 나타나는데, 사람이 가까이 가는 걸 쉽사리 눈치채지 못하기 때문에 매미보단 훨씬 수월한 편이었다. 잠자리의 눈이 수 만개로 이루어진 겹눈이란 점을 이용해 잠자리의 앞에서 손을 빙글빙글 돌리면 잠자리가 어지러워서 꼼짝 못할 때 잡으면 된다는 유언비어(?)를 듣고 팔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잠자리를 잡으러 다니기도 했다. 아직 그렇게 해서 잠자리를 잡아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수숫대에 올라앉은 잠자리 밑에서 자세를 낮춰 손으로 잠자리의 날개를 붙잡는 방식이 훨씬 더 쉬웠다.

쇠똥구리, 사슴벌레, 여치, 방아깨비, 나비가 주요 채집대상이었다. 쇠똥구리는 소가 싸놓은 똥 밑에 주로 살기 때문에 소똥만 들추어내면 쉽게 잡았다. 사슴벌레는 뽕나무에, 집게벌레는 참나무에 구멍을 뚫고 살고 있으니 구멍만 잘 찾으면 쉽게 잡았다.

곤충채집을 하면서 가장 큰 공포의 대상은 사마귀였다. 사마귀에게 물리면 몸에 큰 사마귀가 생긴다는 말이 퍼져서 가장 흉측한 곤충대접을 받았다. 또 몸에 난 사마귀를 사마귀가 물어뜯는다는 말로 사마귀, 티눈할 거 없이 사마귀를 가져다 대기도 했다. 용감성을 뽐내려는 어떤 녀석들은 일부러 사마귀를 몸에 갖다 대기도 했다.

하루 종일 곤충채집을 하고 나서 곤충을 보관하는 곳은 와이셔츠 박스였다. 와이셔츠 박스가 있으면 다행스럽지만, 없으면 두꺼운 종이에 실로 주렁주렁 꿰매서 학교로 가져가곤 했다. 와이셔츠 박스에 일렬로 눕혀놓고 핀으로 고정시키면 곤충채집 방학숙제는 끝났다. 학교에선 잘 만든 곤충채집은 진열을 하고 상을 주기도 했다.

그 흔한 곤충들이 농약 살포로 다 죽었으니, 이젠 한 마리의 곤충이라도 보호해야할 판이다. 곤충채집을 하는 이유는 곤충을 관찰하고 곤충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인데, 곤충을 굳이 잡아서 이해하려고 했으니 당시는 생명 교육은 아닌 듯 싶다.

오는 8월11일부터 22일까지 경북 예천군에서 곤충바이오엑스포가 열릴 예정이다. 살아있는 곤충을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체험공간, 8개 구역이 운영되며 하늘소, 풍뎅이, 메뚜기 등 30여종의 곤충과 곤충의 패널, 표본, 생체가 전시되어 있다. 또한 곤충 모형놀이기구를 통해 곤충 흉내 내기와 곤충 집짓기, 먹이 구하기 등의 수업이 이루어진다. 아울러 곤충산업과 친환경산업의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고 3D 입체 영상관에선 곤충과 함께 떠나는 가상 우주여행이 가능하다. 곤충채집 숙제 대신에 곤충과 함께 하는 체험으로 여름방학을 보내보자. http://www.insect-expo.co.kr/

김경호 (아이눈체험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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