낀 세대. 부모님 모시고 살았지만 이제 자식들에게 노후를 의탁할 수도 없는 중년들에게 또 하나의 고민은 자식들에게 어떻게 하면 편안한 삶을 살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느냐는 것이다. 이것저것 속까지 다 털어낼 것처럼 요구하는 것 많은 자식들. 있다면 먼지까지도 털어내 보태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지만 가진 것이 넉넉지 않은 것이 한이다. 그렇지만 먹고 살기도 힘든 한 세상을 살아왔는데 이젠 자식들 기반까지 닦아줘야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싶은 생각도 든다.
△다 퍼줄까? 모질게 홀로서기를 가르칠까?
27살 아들과 24살 딸을 둔 최순임(가명'52'여)씨. 그녀의 남편은 이제 직장에서 정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있다. 몇 년 후면 자식들이 이제 출가를 하게 될 텐데 최씨는 걱정이 태산이다. 지금까지 번 돈은 자식 뒷바라지에 모두 쏟아넣다보니 통장 잔고는 얼마 되지 않고, 부동산이라고는 살고 있는 집이 전부인 것이다.
그래서 머리를 싸 매고 고민한 끝에 나름대로 '라이프 플랜'을 세웠다. 남편 퇴직금 받은 돈으로 자식 둘의 결혼 자금으로 사용하고, 그녀는 얼마되지 않는 남편의 연금으로 허리띠 졸라매며 살아가면 되겠다는 것이 그녀의 계산이다.
하지만 주위 친구들은 이런 그녀의 말에 '절대 안될 말'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평생 먹이고 입히고 곱게 잘 길러 대학 교육까지 마치고, 직장에 다니고 있으면 그걸로 됐지 뭘 그리 밑바닥까지 박박긁어 퍼주냐는 것이다.
"퇴직금은 절대 자식들에게 뺏겨서는 안돼. 우리 세대에겐 노후 대비라는 개념이 없었잖아. 저축해 놓은 돈도 없으면서 퇴직금 갉아먹어야며 살아아지, 그것까지 자식들에게 퍼주고는 어떻게 살라그래?" 친구가 목의 핏대까지 세워가며 설교를 했다. 그래도 최 씨는 "어디 부모 마음이 그런가. 나는 힘들어도 자식 힘든꼴은 못보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라며 끙끙 앓기만 했다.
김경숙(50'여)씨는 생각이 다르다. 아직 겪어보지 않아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그만큼 키워주고 모자람 없이 가르쳐줬으면 이제 앞가림은 알아서 할 나이라는 것이 김 씨의 생각이다.
"너무 부모가 모든 것을 알아서 해줘버릇하면 나이 40, 50이 되서도 자식들은 그대로 응석받이일수 밖에 없지 않겠어요? 결혼할 나이가 됐으면 자립심을 가르치는 것도 부모가 해야할 몫이지요. 모은 돈이 없다면 결혼을 1~2년 늦추더라도 자기 살림은 자신의 손으로 시작하는 것이 맞지요."
고경자 웨딩 대표 역시 이 생각에 동의했다. 그녀 역시 아들을 출가시키며 자신의 힘으로 준비할 것을 요구했다고. "집 살 형편이 안된다고 하기에 들어와서 살라고 그랬죠. 지금 며느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집 장만할 여력이 돼 분가를 하겠다면 언제든지 허락할 생각입니다."
이렇게 자식 출가시키는 것이 중년 가계경제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되면서 아예 일찍부터 창약부금이나 장기주택마련저축 등의 예금상품을 통해 준비하는 경우도 꽤 된다.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둔 이모(58)씨는 자식들이 대학에 입학할 때부터 청약권이 있는 금융상품에 매월 30만원씩 적금을 부었다고 했다. 벌써 청약 1순위 자격은 가졌고, 모아진 돈도 꽤 된다. 이 씨는 "아들 딸 차별없이 딱 이 수준에서만 결혼준비를 시킬 생각"이라며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상한선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부모나 자식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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