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0% 짝퉁이 101% 진품처럼…위조상품 전시회

혹시 내가 갖고 있는 명품도 '짝퉁'이 아닐까? 이런 의심은 명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하게 마련. 지역 백화점 명품관에서 실제로 벌어진 에피소드. 한 여성이 이름만 대면 알만한 명품 가방을 들고 매장에 나타났다. "얼마 쓰지도 않았는데 고리가 떨어졌네요. 값이 얼만데 이렇게 허술해요? 빨리 고쳐주세요." 이 여성은 상당히 기분이 나쁘다는 듯 매장 관계자를 다그쳤다. 매장측은 미안하다며 최대한 빨리 수리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디자인이 조금 다른 점을 이상하게 여긴 매장 관계자는 가방을 꼼꼼하게 살폈고, 결국 정교하게 만든 짝퉁 가방임을 알아냈다. "손님, 이 가방은 진품이 아닌데요. 어디서 구입하셨죠?" 놀라며 당황한 표정을 짓던 여성 고객은 그제서야 해외 여행을 다녀온 친구에게 선물로 받았으며, 보증서까지 있어서 진품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실제 이미테이션(짝퉁)을 구매한 고객은 진품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런 일이 없지만 선물을 받았거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싸게 구입한 고객들은 진품으로 착각하고 가끔 매장을 찾아와 수리나 반품을 요구한다."고 했다.

지난 주 서울 코엑스에서는 관세청 주관으로 '위조상품 비교전시회'가 열렸다. 루이비통, 샤넬, 버버리, 에르메스 등 수입브랜드부터 EXR, 로만손, 현대모비스 등 국내브랜드까지 모두 51개 브랜드 위조상품과 진품 1천여 점이 전시됐다. 33개 부스를 통해 전시된 이번 전시회 현장에는 각종 진품과 가짜상품이 비교 전시돼 있지만 눈으로는 진품을 구별하기 힘들 정도라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최고의 명품 가방으로 꼽히는 에르메스의 경우, 로고를 남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의류에는 로고가 드러나지 않는다. 핸드백과 지갑 역시 상품을 드러내는 로고는 최대한 자제하고 가죽 품질에서 승부를 건다고.

요즘 가장 많은 여성들이 들고 다닌다는 루이비통 핸드백은 수요만큼 짝퉁도 넘쳐난다. 루이비통 짝퉁은 대부분 진품보다 색상이 선명하고 짙어서 오히려 더 진짜처럼 느껴진다. 심지어 진품에는 없는 꼬리표를 달기도 하지만 회사측은 꼬리표가 붙은 제품은 모두 가짜라고 밝혔다. 아울러 가짜 제품은 손잡이 부분에 주름이 있고, 마무리도 약간 울퉁불퉁하다고 한다.

상표를 훔친 짝퉁이기는 하지만 품질면에서는 진품 뺨치는 특A급 짝퉁까지 생겨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300만 원짜리 핸드백의 경우 '특A급' 위조품이 100만 원 정도에 판매되는데, 들어간 부품을 뜯어보면 100만 원 가치를 할 정도"라고 말했다. 관세청 관계자도 "얼마 전만 해도 로고에 새겨진 무늬로 위품을 감별했는데 요즘엔 소용이 없다."며 "바느질 처리와 재질도 워낙 좋아졌기 때문에 진품을 옆에 놓고 특징적인 부분을 일일이 비교해봐야 위조품을 구분해낼 수 있다."고 했다.

반면에 어설프기 짝이 없는 가짜들도 많다. 국내 맥주브랜드인 CASS(카스)를 흉내낸 CASE, CARS, CEES, CAAS 등 위조상품은 물론, 중국에서 만들어진 국내 브랜드 '참이슬' 소주의 짝퉁 '참일슬'도 전시됐다. 특히 소주의 경우, 한류 열풍을 타고 동남아 지역에서 인기를 끌면서 한 병에 1만 2천 원 정도에 판매되다보니 어설픈 짝퉁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담배 마일드세븐의 경우 해외 면세점 뿐만 아니라 국내 일부 소매점에서도 가짜가 발견된다. 이들 가짜 담배는 중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 등에서 생산, 국내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담배의 진짜, 가짜를 판별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구별해낼 수 있다. 진짜의 경우, 경고 문구가 선명하지만 가짜는 흐리다. 가장 큰 차이는 가짜에는 'made in Japan'이 적혀있다는 것. 마일드세븐의 경우 국내에서 100% OEM 생산하기 때문에 일본산은 없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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