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치솟는 사교육비]"전교 1·2등을 잡아라"…학원 '러브콜'

"우리 학원 옮기면 수강료 면제" '스타학생 따라 우르르' 노려

'스타 학생을 잡아라.'

"댁의 따님이 최상위권에 든다면서요. 저희 학원에 다니면 수강료를 면제해드리고 특별반을 편성해 드릴 수 있어요." 최근 김모(42) 씨는 한 학원장으로부터 딸 아이의 학원을 옮겨 주면 많은 혜택을 주겠다는 '러브콜'을 받았다.

그는 "학원장은 우리 애가 몇 등을 하고 있고 무슨 과목이 취약한지 속속 알고 있었다."면서 "조건이 좋아 고민 중이다."고 했다.

얼마 전 대구 북구 칠곡의 한 고교에서 전교 1, 2등을 하는 김모(18) 군이 학원을 옮기자 친구 10여명이 뒤따라 학원을 옮겼다. 김군의 어머니는 학원장의 "요즘 어머니 때문에 먹고 삽니다."라는 인사말을 종종 듣고 있다. 그는 다른 학부모들에게 진학 상담까지 해주고 있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 학원가에서 귀하신 몸으로 통하고 있다. 예전에는 유명 학원 간판과 강사진을 보고 학생들이 모여들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스타 학생을 쫓아 수강생들이 움직이고 있다.

이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자녀 성적은 부모가 얼마나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느냐에 달려있다.'는 생각이 퍼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학부모들은 '공부 잘하는 애들이 어느 학원에 다니느냐'에 안테나를 곤두세우고 있고 성적좋은 학생이 학원을 옮기면 일부 학생도 덩달아 움직인다. 어릴 때부터 공부를 특출나게 하는 애들이 어느 학원에 다니고 개인교습이나 과외는 누구한테 받는지 훤히 꿰고 있는 열성 학부모들이 많다.

고3과 중3 자녀가 있다는 이모(48) 씨는 "부모가 부지런해야 아이들이 공부 잘하는게 요즘 현실이 아니냐? 수성구 몇몇 고교의 전교 1등은 어느 학원에서 누구에게 배우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며 수첩에 빼곡히 적힌 강사진과 대구 상위권 학생들의 명단을 보여줬다.

한 학원 관계자는 "대구처럼 뚜렷한 스타 강사가 없는 곳에는 공부 잘하는 학생의 홍보 효과가 크기 때문에 학원의 성쇠를 좌우할 수도 있다."고 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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