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이제는 대구를 디자인 할 때

프랑스 파리를 가로지르는 센강에는 모두 37개의 다리가 놓여 있다. 하지만 이 많고 많은 다리 가운데 같다거나 비슷하다는 느낌을 주는 다리는 하나도 없다. 늘 똑같은 대구의 금호강과 신천의 콘크리트 다리에 익숙해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그 각각이 더할 나위 없는 구경거리가 된다.

다리 양쪽으로 20개의 반원형 돌출부에 쉼터를 마련해 연인들의 다리로 불리는 퐁 뇌프 다리, 화려한 아르누보 양식의 가로등을 설치해 파리의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꼽히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 심지어는 지난해 완공돼 센강의 37번째 다리가 된 '시몬 드 보부아르' 다리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이다.

센강의 다리는 그 하나하나에 역사적 의미를 담았을 뿐만 아니라 디자인의 차별화를 이뤄냈다. 센강 유람선이 이들 다리 밑을 지날 때면 관광객들은 각각의 다리가 자아내는 독특한 분위기에 환호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그야말로 디자인 전시장이다. 가로등이며 벤치, 도심 공원에 이르기까지 이 도시의 모든 것에는 이 도시가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가우디의 혼이 숨 쉬고 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나선형 벤치와 가로등은 고풍스런 건물들과 어우러져 바르셀로나를 걷고 싶은 거리, 다시 오고 싶은 도시로 만든다.

최근 세계 1, 2위의 관광지인 이들 두 도시를 차례로 둘러볼 기회를 가졌다. 거기서 이 두 도시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로 손꼽히는 이유를 볼 수 있었다. 시간의 켜가 고스란히 쌓인 고풍스런 건물과 이러한 도시의 모습을 고이 간직해온 시민들의 노력이 밴 유럽의 도시들은 결코 관광객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유럽의 광장과 거리는 언제나 사람들로 넘쳐나고 그 사람들로 인해 도시는 풍요롭다.

그렇다고 유럽의 도시들이 사람들로 넘쳐나는 것은 결코 우연한 결과는 아니다. 학자들은 이에 대해 도시공간의 질을 높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노력해온 결과물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파리만 하더라도 얼핏 보기에는 방치해 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그들인들 삐걱거리는 옛 건물을 헐고 새 건물을 올리고 싶지 않았을까. 하지만 온갖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하지 않고는 간판이나 광고판 하나 설치할 수 없는 도시가 파리다. 파리지엔들은 그 불편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세계는 바야흐로 도시 디자인의 시대다. 과거 우리가 개발 집념에 싸여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디자인의 가치에 눈을 뜨고 이를 실현해 왔다. 우리가 시간의 켜를 벗겨내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 그들은 시간의 켜를 보존하기 위해 힘써왔다.

최근 들어 국내 도시들도 앞 다퉈 도시에 디자인을 입히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서울시가 3·1 고가도로를 헐고 청계천을 복원한 것이나 천편일률적인 한강 다리에 공공디자인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그중 돋보이는 사례다. 서울시가 지난해 추진한 '천만상상 오아시스 공모전'에는 시민들이 '서울 르네상스'를 열기 위한 다양하고 기발한 도심 디자인 아이디어를 쏟아냈다고 한다.

경기도 안양시는 2011년까지 '만안구 공공디자인 시범도시'사업을 통해 가로시설물을 비롯해 벤치, 버스승강장, 보도블록, 맨홀, 배전반, 방음벽 등에 공공디자인을 입히는 야심찬 시도를 하고 나섰다. 지난 4월 부산디자인센터를 개소한 부산시는 도시를 디자인하려는 시도를 본격화하고 있다.

마침 대구경북에서도 공공디자인 실험을 주도할 대구경북디자인센터가 1일 운영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린다. 무질서하게만 보이는 대구에 질서를 세우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 때여서 이에 거는 기대가 크다.

비록 출발은 늦었지만 대구는 개성과 질서가 넘치는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큰 밑그림부터 그릴 필요가 있다. 도시 전체를 디자인하는 데는 많은 시도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더 이상 늦출 수는 없는 일이다. 디자인센터 하나 문 열었다고 당장 대구의 디자인이 달라질 일은 없다. 대구시와 경북도, 시민 모두가 역량을 모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정창룡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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