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클레스가 눈을 떴다. 심정수(32)는 7월 타율 0.312 8홈런 22타점으로 삼성 4번 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의 부활은 팀의 상승세와 궤를 같이 하고 있어 더욱 빛난다. 삼성은 7월 마지막 10경기에서 4연승과 3연승 행진을 벌이며 7승3패를 기록했다.
지난해야 어깨와 오른쪽 무릎 수술 후유증 탓이었다 해도 올 시즌 심정수의 방망이가 헛돌자 눈이 잘 안 보인다는 말이 나왔다. 6월 중순 그동안 착용하던 주황색 선글라스 대신 새 안경을 쓴 뒤 타격감이 살아나자 그러한 이야기가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심정수는 떠돌던 소문(?)대로 라섹 수술 부작용 때문에 야간에 빛이 번져 보이고 사물이 흐릿해 보인 것이 사실이었다고 털어놨다. "시력은 1.2로 좋아졌지만 시야가 흐려 타격을 하는데 불편함이 있었어요. 하지만 집 근처 안경점에서 안경을 새로 맞춘 뒤엔 투수가 던지는 공의 회전이 보일 정도입니다. 백내장 환자들을 위해 새로 나온 렌즈라고 들었는데 이젠 잘 보여요. 사실 선천성 백내장이 있어 라섹 수술 전에도 좀 불편했었거든요."
눈에 문제가 있다는 건 채 1초가 되지 않는 시간에 투수의 손을 떠나 날아오는 공을 쳐야 하는 타자에게는 아킬레스건. 이제 심정수는 많은 훈련량으로도 극복하기 힘들었던 치명적인 약점을 완전히 털어냈다. 지난해 부진(26경기 출장, 타율 0.141, 1홈런)에 이어 올 시즌 초 힘겨웠던 기억도 옛말이 되면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도 벗어났다.
요즘 심정수의 걱정은 체력. 왼쪽 무릎이 좋지 않아 마음먹은 대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못한 탓이다. "시즌 초 슬라이딩을 하다 다친 것 같은데 왼쪽 무릎 연골이 약간 손상됐대요. 수비를 하거나 주루 플레이를 할 때 불편한데 매일 소염제를 먹으며 버팁니다. 체력도 좀 달리는 것 같지만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 위해선 지금 제가 빠질 상황이 아니잖아요."
심정수의 또 다른 관심사는 어려운 이들을 돌아보는 것. 300홈런과 2천500루타 기록을 달성했을 때 구단으로부터 받은 격려금(총 600만 원)을 모아뒀는데 지역의 불우이웃을 돕는 데 쓸 생각이다. "저도 대구에 살고 있는 데다 대구 시민들이 아껴주신 덕분에 운동장에 설 수 있는 것이니만큼 어려운 시민들에게 제가 받은 사랑과 관심을 돌려드리고 싶어요. 앞으로도 계속 도울 방법을 찾아볼게요."
가끔 은퇴 후를 생각해보긴 하지만 아직은 무엇을 할지 정하지 못했다. 일단 현재에 충실하자고 마음을 다잡을 뿐. "솔직히 마흔살까지 뛸 자신은 없어요(웃음). 그러고 보면 새삼 (양)준혁 선배가 대단하다는 걸 느껴요." 하지만 앞으로도 수년간은 심정수가 홈런을 친 뒤 원정경기 숙소의 룸메이트 강명구와 서로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손을 하늘로 치켜드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성실한 훈련 태도에선 첫 손 꼽히는 프로이기 때문이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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