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부가 자초한 美쇠고기 척추뼈 사태

어제 언론에 보도된 미국산 쇠고기 척추뼈 영상은 충격적이었다. 작은 뼛조각도 아닌 척추 통뼈가 검역과정에서 발견된 것이다.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로 분류돼 있는 척추뼈는 척수에 광우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변형 단백질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높은 부위다. 지난해 10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면서 30개월 미만 살코기만 들여오게 되어 있는데도 번번이 이 같은 불상사가 발생하고 있으니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그동안 뼛조각과 통뼈, 심지어 내수용 갈비가 박스째 적발돼 전량 반송된 것만도 10차례가 넘는다고 한다. 이처럼 미국이 현행 수입위생조건을 밥먹듯 위반하는 것은 검역상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의도된 것이 아니냐는 생각마저 든다. 현재 미국은 국제수역사무국의 '광우병통제국' 판정을 내세워 갈비까지 수출하려고 안달이다. 이는 한국이 위생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한 쇠고기 부위를 미국은 별 문제 없으니 그냥 먹으라고 강요하는 꼴이다.

정부가 이번 척추뼈 적발에 따라 검역 중단 조치를 취했지만 사태의 심각성으로 볼 때 수입을 전면 금지해야 되지 않느냐는 여론마저 들끓고 있다. 현행 수입위생조건에 '위생조건 위반 사례가 반복되거나 광범위하게 발생한다고 한국 정부가 판단하는 경우' 수입을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에서 척추뼈가 적발된 일본의 경우 수입 중단 조치를 취했다. 정부가 국민 건강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마땅하다. 무엇보다 위생조건을 반복해 위반해도 대충 눈치나 살피다가 솜방망이 처분으로 넘어가니까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유야무야 봐주기를 계속한다면 미국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뻔하지 않은가. 원칙대로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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