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쯤, 가족과 함께 청도 운문사에서 보낸 휴가는 잊을 수가 없다.
해마다 어른들을 모시고 연례행사처럼 계곡으로 바다로 피서를 다니곤 했던 우리 가족은 그해도 변함 없이 큰 시누이, 둘째 시누이, 시부모님 모두 열네 식구가 2박3일 일정으로 청도 운문사로 출발했다.
휴가 며칠 전부터 준비한 반찬과 고기, 야채 등을 아이스박스에 담고, 삼계탕 좋아하시는 아버님을 위해 큰 압력솥하며, 코펠, 버너, 텐트까지 챙겼으니 짐도 꽤 많았다. 출발하는 날, 아침부터 조금씩 비가 내렸으나 일정을 미룰 수가 없어 그냥 가기로 했다.
텐트를 치고 짐을 내리는 동안, 아이들을 벌써 개울물에 들어가 노느라 신이 났다. 궂은 날씨라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물가보다 조금 높은 곳에 텐트를 치고 저녁을 먹고 그동안 못다한 얘기들을 나누며 늦게까지 놀다 잠자리에 들었다.
이튿날 새벽 일어나 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 텐트 양옆으로 큰 강이 흐르고 있었다. 부랴부랴 식구들을 깨우고 떠날 채비를 서둘렀다. 밤사이 내린 비로 개울물이 불어 어제 발목까지 오던 것이 어른 목 부분까지 물이 차 올랐다.
겨우 큰 도로로 나오니 동네 분들이 우리를 걱정하고 계셨다. 뉴스에서나 보던 일을 우리가 직접 겪어보니 계곡에서는 텐트를 칠 때 정말 안전한 곳을 택해야겠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올여름 피서를 계곡으로 가시는 분들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이시고 조심하세요.
여종희(대구시 남구 대명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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