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두고 온 장뇌삼 찾아준 그 마음

지난달 30일은 신랑회사 동료들과 함께 충청남도 대천으로 휴가를 떠났다.

떠나기 전, 우리는 아이들에게 단단히 다짐을 받았다. 먹고싶다고 칭얼대지 않기, 덥다고 에어컨 타령하지 않기, 내가 할 수 있는 건 스스로 해결하고 말 잘 듣기 등등….

TV로만 보던 서해대교를 아이들한테 직접 보여주려고 한 바퀴 돌아서 대천에 도착했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한 뒤 썰물이 되어 나가는 시간 호미와 괭이를 들고 조개잡이에 나셨다. 그런데 아무리 뻘을 파헤쳐도 초보자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길을 돌려 무창포 해수욕장으로 장소를 이동하였고 이미 썰물이 시작된 무창포 해수욕장에는 많은 피서객들이 조개 줍기에 푹 빠져 있었다.

기념촬영을 하고 호미와 괭이, 비닐을 챙겨들고 갯벌로 뛰어 들어갔다. 2시간 남짓 지나자 제법 조개가 모였다.

주운 조개를 가지고 휴대전화도 안 터진다는 깊은 산 속 원두막 아래에서 조개도 구워먹었다. 막걸리와 부추전 생각이 난다는 말에 대천아저씨가 재료를 사러 나섰다. 두 꼬맹이가 대천아저씨를 따라갔고 한참 뒤 돌아온 아저씨는 한 꼬맹이 때문에 지체되었다며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부추를 사러 가려면 마트로 가야 하는데 한 꼬맹이가 앞서 신발 가게로 먼저 들어가더니 대뜸 "아저씨 부츠 주세요."라고 했다고 한다. 부추를 부츠로 잘못 알아들었던 것이었다. 부추전을 맛나게 먹고 계곡 물에 등목을 하면서 재미나게 놀다가 집으로 돌아오기 전, 대천아저씨는 기념으로 7년 된 장뇌삼 한 뿌리씩을 나눠주셨다.

정리하고 고속국도를 달려 대전을 통과할 즈음 대천아저씨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밥통이 여기 있어유" 아차 압력밥솥과 아저씨가 주신 장뇌삼을 그대로 두고 온 것이었다.

긴급 깜박이로 차를 모두 세우고 두고 온 압력밥솥이랑 장뇌삼 이야기를 했다. 다들 다시 대천으로 차를 돌려 돌아갔다 오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대천아저씨의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장뇌삼과 밥솥을 택배로 보내준다고 해서 얼마나 감사하던지. 오늘 오전 택배가 왔다. 급히 박스를 열어보니 밥솥이랑 나뭇잎에 싼 장뇌삼 두 뿌리가 들어있었다.

한 뿌리는 편찮으신 어머님을 위하여, 한 뿌리는 우리식구 네 명이 똑같이 나눠 음미하면서 씹어 먹고 입안에 남은 찌꺼기까지 냉수로 헹궈 뱃속에 넣어버렸다.

이동숙(대구시 북구 복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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