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를 통해 한국 문화계와 사회 유명 인사를 분석한 책이 나란히 출간됐다. 전자는 한국 문화의 오늘과 내일을 조명했으며 후자는 인물 속에서 한국적 '쿨(Cool)'의 유형을 찾고 있다.
▨29개의 키워드로 읽는 한국 문화의 지형도/김기봉 외 지음/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펴냄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는 미술품 경매 시장과 미국드라마 열풍 등 29개 키워드별로 전문가들이 문화적 흐름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박수근의 미공개작 '빨래터'가 지난 5월 22일 열린 서울옥션 경매에서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45억 2천만 원에 낙찰됐다. 기존 최고가 작품은 K옥션 경매에서 25억 원에 팔린 박수근의 1961년작 '시장의 사람들'이었다. 곧 국내 미술품 시장에도 세자리 수 낙찰가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미술품 구매 열기에서 나타난 현상은 작은손 컬렉터(예술품 수집가)의 출연과 컬렉션 특화 현상, 재테크 수단이 된 컬렉션 증가 등 3가지가 꼽힌다. 투기의 대상을 넘어 미술품 컬렉션 열풍이 미술인구 저변확대와 미술시장의 체력을 튼튼히 하는 밑거름이 되기 위해서는 미술에 대한 사랑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술품 컬렉션이 미술을 가장 사랑하는 열정적인 방법이며 나아가 삶을 사랑하는 열정적인 길이 되어야 한다는 것.
또 'CSI 과학수사대'를 기점으로 미국드라마 마니아가 양산되면서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미국드라마를 감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상종가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드라마 인기에서 볼 수 있듯 마니아 문화의 영향력은 더욱 넓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 하지만 저자는 한국에서 마니아문화의 폐해를 이야기하기에는 시기 상조라는 입장이다. 한국 사회와 문화가 여전히 획일적이기 때문. 다양한 마니아 문화가 더욱 성장하도록 부추겨야 한국 문화의 다양성이 확보된다는 설명이다.
책에는 디지털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현대사진, 미디어 발달사에서 혁명적 사건으로 평가 받고 있는 UCC 등에 대한 분석이 실려 있다. 키워드별로 관련 책이나 공연 등 읽을거리와 볼거리에 대한 정보도 담았다. 328쪽, 1만 6천 원.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쿨에너지/강준만 지음/인물과 사상사 펴냄
강준만 교수는 높은 인구밀도와 치열한 경쟁 때문에 스트레스가 극심한 국가, 대한민국에서 필요한 것은 한국형 '쿨'임을 이야기한다. 강 교수는 "열정으로 개막된 노무현시대가 열정에 대한 환멸의 냄새를 피우며 저물어가고 있다."며 "어슬프고 무책임한 열정을 관리하기 위해 우리 사회와 개인은 지성으로서의 냉소주의를 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강 교수는 이영애, 전지현, 강금실, 손석희, 유재석, 박진영, 반기문, 김훈, 장준혁, 김갑수 등 10명의 유명 인사를 통해 한국형 '쿨'의 잣대를 찾고 있다. 강 교수는 한국형 '쿨'의 선두 주자로 이영애 씨를 정의한 뒤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 "너나 잘 하세요."를 열정 과잉과 그로 인해 피곤함을 양산했던 노무현 시대의 급소를 관통하는 금언으로 규정했다.
또 유재석 씨는 늘 웃고 떠들어야 하는 개그맨도 쿨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존재로 그가 구사하는 '배려형 개그'는 짧게 보지 않고 멀리 내다 보며, 부분보다는 전체를 보는 기술로 쿨을 필요로 한다는 것.
강 교수는 소설 '남한산성'으로 한국 문학계에 활력을 불어 넣은 김훈 작가는 문학계를 대표하는 쿨 주자로 냉소와 고독을 마다하지 않고 자기성찰로 쿨을 체험한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정치인 같지 않은 새로움으로 대중을 유혹하는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어떤 상황에서도 흥분하지 않고 초연히 사람을 압도하는 언론인 손석희, 지독한 프로의식으로 무장한 박진영 씨도 쿨한 사람들이며 시인이자 문화출판평론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방송인 김갑수 씨는 쿨의 면모가 마니아 기질로 나타난 경우며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신중하고 조용하게 타오르는 열정의 쿨,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하얀거탑'의 주인공 장준혁은 과잉 순응의 쿨을 대변한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364쪽, 1만 2천 원.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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